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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도 불사한 SK 힐만 감독,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 한걸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6-21 10:36


◇2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SK 와이번스전 7회말에 나온 문제의 장면. SK 2루수 김성현의 높은 송구를 받은 포수 이재원이 홈 슬라이딩을 하려던 삼성 러프를 태그하려고 몸을 틀고 있다. 그런데 이때 이재원의 왼 다리가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았다.(빨간 박스 안). 김익수 심판(오른쪽)은 이를 주루방해로 판단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를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SPOTV 중계화면 캡쳐.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퇴장을 불사하면서까지 전하려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또 누구에게 전하려 한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만큼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 나온 힐만 감독의 퇴장 장면은 의외였다. 올해 첫 감독 퇴장 사례로 기록된 당시 상황, 평범하게 시작됐다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SK가 4-1로 앞서던 7회말. 삼성이 공격할 때였다. 선두자타 다린 러프가 우중간 3루타를 치고 나갔다. 발이 빠르지 않은 러프가 3루타를 기록할 수 있던 건 펜스에 맞은 타구가 수비수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튄 결과다. 러프에게는 운이 따랐던 순간이자 모처럼 선발 출장한 SK 베테랑 중견수 김강민의 판단이 약간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후 이원석의 2루수 땅볼 때 홈에서 승부가 펼쳐졌다. 김성현의 송구를 포수 이재원이 받아 몸을 날리며 태그를 시도했다. 송구가 거의 머리쪽으로 오는 바람에 공을 잡은 이재원은 몸을 왼쪽으로 돌리며 러프를 태그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원의 왼쪽 다리가 러프의 슬라이딩을 블로킹했다. 쟁점은 여기서 발생했다. 이재원은 의도적으로 왼쪽 다리로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은 것일까. 아니면 포구 이후 자연스러운 스텝의 과정에서 우연히 블로킹이 된 것일까.

김익수 구심의 판단은 주루방해였다. 이재원이 정상적으로 공을 잡은 미트로 태그를 하기에 앞서 다리로 막았다는 판단. 하지만 힐만 감독을 비롯한 SK 코칭스태프는 반대로 판단했다. 머리 쪽으로 날아온 송구를 잡은 뒤 연결 동작에서 정상적으로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주루 방해가 아니라는 주장. 결국 비디오 판독이 이어졌다.

이 비디오 판독의 핵심은 이재원의 움직임이 주루방해에 해당하느냐 아니냐였다. 영상을 보면, 이재원이 미리부터 홈을 막고 있던 건 아니다. 갑작스러운 홈 송구에 급하게 공을 잡고 태그를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동시에 하필 왼쪽 다리가 완벽하게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은 모습도 보인다. 이게 고의였는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건 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일리가 있다.

이럴 때는 구심의 판단이 권위를 지닌다. 애초 내린 '주루방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대개 원심이 유지되는 게 맞다. 김익수 심판의 판단이 크게 잘못됐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SK 입장에서도 충분히 억울할 순 있다. 게다가 경기 후반 3점차와 2점차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힐만 감독의 거세게 항의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어차피 힐만 감독도 판정이 뒤집힐 순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에 대한 어필이 퇴장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더욱 강력하게 목소리를 낸 건 급격히 상대쪽으로 기울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계속 미묘하게 부실해지던 수비진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히려 승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힐만 감독의 숨은 의도가 어쨌든 간에, 이후 덕아웃에서 사령탑이 사라지면서 SK는 승부처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8회 동점에 이어 역전 홈런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새삼 퇴장까지 감수할 일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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