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아시아선수권 참패. 의도는 좋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9-10-22 06:44


제29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이 중국에도 패해 4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사진제공=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29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학, 고교선수 등 아마추어 선수들로만 구성된 한국대표팀이 중국에 두번이나 패하면서 4위에 그친 것이 야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저 한번의 실패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 2020 도쿄올림피 세계예선 티켓이 걸려있었다. 주최국인 일본을 제회한 상위 두팀에게 티켓이 주어지는데 한국이 4위에 그치며 세계 예선에 나갈 수 없게 됐다.

물론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에서 아시아권 국가 중 최고 성적을 내면 올림픽 티켓을 따게 되지만 혹시나 기대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세계 예선에 다시한번 도전을 해야하는데 이젠 프리미어12에 올인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왜 이렇게 중요한 대회에 프로선수가 아닌 고등학생 2명이 포함된 대학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을까.

올해 초만해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는 협의를 거쳐 이번 대회에 프로선수들을 출전시키기로 합의했었다. KBO는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팀에 1.5군 선수들을 차출을 하도록 결정했다.

그런데 협회측에서 방향을 바꿨다. 대학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 협회측 관계자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국가대표의 자긍심을 주고 침체한 대학 야구 활성화를 위해 김응용 회장께서 결단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세계 예선 티켓이 걸려있는 것을 모를리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 대만에 지더라도 3위에 올라 세계 예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중국에게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최근 국제 야구에서 대학 선수들이 뛸 자리가 없긴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예전엔 대학 선수 1명이 포함됐었는데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때는 대학 선수가 없는 전원 프로 선수들로만 구성이 됐다. 아시아선수권대회도 최근엔 상무, 경찰 등 1.5∼2군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었다.

대학측에선 볼멘 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 김응용 회장은 결단을 내려 대학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대표팀 구성의 권한은 협회에 있기 때문에 KBO로서는 그 결정에 이의를 달 수 없었다.


취지가 좋았지만 최악의 성적이 나오면서 좋은 의도가 무색해졌다. 결국 대학 선수들로 국제대회를 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 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본과 대만 대표팀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됐다. 일본과 대만의 사회인 야구는 일반인들이 하는 한국의 사회인 야구와 달리 선수들이 뛰는 실업야구 형태다. 일본 사회인 야구 수준은 꽤 높고 대만의 경우엔 프로에서 도박의 여파로 인해 최근엔 유망주들이 사회인야구로 가는 경우가 있어 수준이 낮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상 아래로 봐왔던 중국도 최근엔 미국의 지원으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엔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던 선수들로 구성돼 아마추어인 한국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지난해 프로선수들로만 구성됐던 한국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왔을 때 선수 구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선동열 대표팀 감독에게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선수들의 노고를 폄하했었다. 이후 아시안게임에도 아마추어선수들로만 구성하자는 여론이 생기기도 했었다. 그만큼 아시아권 야구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쉽게 생각했던 아시아선수권대회. 아마추어 야구의 자존감을 높여주려고 좋은 의도로 대학 선수들로만 구성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대표팀 구성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아시아선수권대회에도 아마추어 선수들로만 구성할까. 협회 관계자는 "결과가 좋았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확정된 것은 없다. 현실을 봤으니 그때 되면 다시 논의를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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