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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心터뷰]삼성 '캡틴' 박해민, "자욱이와 연봉 비교, 솔직히 속상했어요."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3-06 15:18


자율훈련일이던 6일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박해민.  오키나와=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캡틴 박해민(30)이 깊이 감춰뒀던 마음의 상처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해민은 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캠프에서 선수단과 함께 자율훈련을 소화하던 중 잠시 짬을 내 털어놓았다.

캠프에서 찾아온 기술적, 심리적 변화와 시즌 준비 과정 등 폭 넓은 주제를 놓고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부터 캡틴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이번 캠프는 무척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다. 개인 준비 뿐 아니라 팀원 전체를 세세히 챙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 동료의 마음에 스며드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삼성은 현재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를 피해 오키나와 캠프를 연장했다. 하지만 5일 아베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로 당장 귀국이 불투명해 졌다. 오키나와 행 비행기 편이 아예 끊어질지 모를 상황이다.

캠프를 한차례 더 연장하자니 힘겨운 선수들 뿐은 물론, 아카마 구장 상황도 썩 좋지 못하다. 18일부터 5일간 지역 체육 대회가 열린다. 그렇다고 대구로 돌아간들 뾰족한 수가 없다. 라이온즈파크나 경산볼파크에서 훈련하자니 지역 사회와 접촉을 통한 감염이 우려스럽다. 포항야구장도 알아봤지만 대관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힘든 상황 속에 선수들도 지쳤다. 캠프가 이미 연장된데다 개막 마저 불투명해 공중에 붕 뜬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선수들 모두 몸도 지쳤지만 심적으로 많이들 지친 것 같아요. 이미 한차례 연장을 했는데 앞으로 개막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 더 지치는 것 같아요. 대구에 남아있는 가족도 걱정되고 불안하고 그런 상황입니다."

스스로 변화가 많은 캠프지만 팀원들을 챙기다 보면 자신에 대한 일은 잊기 일쑤다.


"솔직히 내 자신의 마음 변화를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비상 시국에 선수들 동요를 막고 팀을 어떻게 끌고 나갈까를 더 고민하게 되죠. 개인적인 고민을 할 여유가 없으니 어떤 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난 3일 일본 실업팀과 연습경기에 타격하는 박해민.  오키나와=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실 박해민은 그 누구 못지 않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9 시즌은 악몽 같았다. 모든 타자들을 힘들게 한 공인구 쓰나미. 그 역시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각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잘 하려던)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실패 자체에 대한 비난은 정당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실패의 반복이다.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박해민은 무던히 애쓰고 있다. 모든 것을 바꿔가며 내년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중이다.

하지만 그를 바라 보는 일부 시선은 냉정했다. 오로지 1년 성적, 그 결과만을 높고 비난을 쏟아냈다.

'분명 실패한 시즌이었으니 비판을 감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도를 넘는 비난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1월 초, 구자욱과 구단의 연봉 줄다리기 불똥이 엉뚱하게 박해민에게 튀었다.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박해민과 구자욱의 연봉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했다. 그야말로 아무 관계 없이 소환 당해 비난을 받는 그런 상황. 인간은 누구나 비교를 당할 때 가장 불행해 진다. 박해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해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이 다쳤다.

"솔직히 좋지는 않았죠. 이제 막 캠프에 와서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제가 못한 부분 받아들이고 새로운 마음과 성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얘기가 나와 속상했던 건 사실이에요."

우여곡절 끝에 연봉 협상을 마친 구자욱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저 때문에 형이 언급돼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물론 선배 박해민은 "네가 무슨 잘못이냐. 괜찮다"며 후배를 다독였다. 하지만 글로 남은 마음의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이제는 다 지난 일. 새로운 출발이 남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팀과 선수단의 마음을 모아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일. '뉴 캡틴' 박해민의 할 일이다.

아픔과 상처는 나무의 나이테 처럼 인간을 한 뼘 성장시킨다. 박해민도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했다.

이제는 그 상처를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 앞으로 씩씩한 발걸음을 한발 더 내디딜 참이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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