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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했던 롯데 민병헌의 2020년, '4년 계약 끝자락' 내년엔 부활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1-11 01:25 | 최종수정 2020-11-11 09:00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33)에게 2020년은 실망스러운 한해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두 시즌 연속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성적도 추락했다. 지난해 부상 여파 속에서도 7년 연속 3할 타율(3할4리)-110안타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타율 2할3푼3리(309타수 72안타), 2홈런 23타점에 그쳤다. 출루율과 장타율도 각각 2할9푼1리에 그치면서 7시즌 만에 3할대 밑으로 추락했다. 군 제대 후인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활약했던 시간만 돌아보면 '커리어 로우'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민병헌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해 후반기 손아섭에게 넘겨받은 주장 완장을 찬 채 허문회 감독 체제로 전환한 선수단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두산 시절 쌓아온 경험과 승부욕을 토대로 지난해 꼴찌 멍에를 쓴 롯데의 반격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앞선 6시즌 간 꾸준히 활약했던 그가 개막 첫 달인 5월 월간 타율 2할5푼3리(91타수 23안타), 2홈런 6타점에 그칠 때만 해도 일시적인 타격 사이클 하락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민병헌은 이후 2할대 초반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후반기엔 급기야 주전 자리를 내주는 상황까지 갔다. 타격폼, 히팅포인트 수정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적지 않은 마음고생 속에 스스로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돌아보는 민병헌에겐 가을야구에 닿지 못한 팀 성적만큼 개인 성적 추락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민병헌의 부진 이유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주장직의 중압감이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 팀 성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되려 타석에서의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것. 이럼에도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주전 도약 후 최대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민병헌이 부진 속에서 책임감까지 내려놓진 않았다는 것.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지는 와중에도 라커룸, 더그아웃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력했고 후배들의 조언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롯데 허문회 감독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장이 더그아웃, 라커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며 "민병헌은 실력에 앞서 주장 역할을 하는 선수다. 자리를 비우게 되면 선수들 사이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주장은 개인뿐만 아니라 동료, 코치진까지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민병헌도 그런 부분에서 머리가 복잡한 감이 있었을 것이다. (1군 주전 뒤) 처음으로 야구가 안돼서 얼마나 힘들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럼에도 민병헌의 팀 내 역할은 수치화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주장'이라는 역할에서는 민병헌이 제 몫을 했다고 봤다.

그렇다면 민병헌은 올 시즌 경험을 토대로 내년엔 반등에 성공할까. 내년은 민병헌과 롯데의 4년 계약 끝자락이다. 팀 반등뿐만 아니라 민병헌 자신도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즌인 셈. 때문에 이번 비시즌 기간 민병헌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즌 간 주장직을 맡으면서 경험한 부분과 더불어 올 시즌 부진의 원인을 찾고 그에 대비해 몸을 만드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헌은 "항상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거인군단의 가을잔치 도약을 위해선 베테랑이자 캡틴인 민병헌의 부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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