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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려했던 찬바람은 없었다. 오히려 신바람을 냈다.
시름이 깊은 한국 야구다. 4강을 노래했던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참패 끝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서준원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 제작-배포로 아동청소년 보호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현역 선수로는 상상할 수 없는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롯데 역시 충격에 휩싸이긴 마찬가지였다. 퇴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선수 뿐만이 아니었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은 박동원과 FA 계약 논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 해임됐다. 원정 숙소에 선수를 불러 두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안했다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장 전 단장은 구단의 경위 파악 과정에서 '농담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위와 상황에 전혀 걸맞지 않은 부적절한 행위. KIA는 장 전 단장 해임을 발표하면서 '개막을 앞둔 리그에 폐를 끼쳐 모든 구성원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렇다면 팬들은 지난 아픔을 모두 잊은 것일까.
모두의 가슴 한켠엔 상처가 가득하다. 납득할 만한 설명과 반성도 기다리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KBO리그 구성원 모두가 통렬한 반성과 뼈를 깎는 재발방지, 윤리 의식 확립 노력을 펼쳐야 한다. 개막전에서의 성과에 취해 언제 그랬냐는 듯 쉬쉬 사실을 덮고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다간 그나마 남아 있던 신뢰마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다.
'개막전 만원관중'이 KBO리그의 현실을 지우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