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마무리 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
첫 타자 김호령을 상대로 우타자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버렸다.
대기타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대비하고 나왔을 장타자 윤도현 역시 힘으로 밀어붙였다. 김호령과 똑같은 코스, 152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대단한 배짱이었다.
마지막은 좌타자 고종욱. 좌타자가 나오니 151km 좌타자 바깥쪽 꽉찬 제구를 선보였다. 루킹 삼진.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며 고전하던 고종욱이 손 한번 못써본 허무한 결과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
직구 얘기는 이미 많이 나왔지만 더 놀라운 건 슬라이더였다. 고종욱 상대 초구 슬라이더를 선보였는데, 고종욱은 몸에 맞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몸을 피했다. 어마어마한 각도로 휘어져 들어온 공의 결과는 스트라이크였다. 이 정도 구위라면 직구-슬라이더 투피치로도 1이닝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오키나와로 넘어와 청백전 2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했다. 첫 청백전에서 150km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화제가 됐다. 그래도 청백전이니 자신 있게 던졌으려니 했다.
하지만 일본프로야구 강호 요미우리 자이언츠전도 무실점. 오히려 잘 모르는 선수들을 상대로는 자신감이 넘칠 수 있으려니 했다.
|
디펜딩 챔피언. 신인 투수라면 위압감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시원시원하게 공을 뿌리는 모습에서 승부사적 기질도 엿보였다.
여기에 배찬승보다 먼저 던진 KIA 김기훈이 작년 후반기와 완전히 다른 떨어진 구위로 고전하고, 그 다음 나온 곽도규가 김도환에게 결정적 스리런포를 맞는 등 KIA 좌투수들의 부진 속에 배찬승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
그 자리에 배찬승이 치고 들어갈 기세다. 구위, 배짱으로만 보면 미래의 마무리감이다. 어쩌면 현재의 마무리감일 수도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기념으로 인터뷰를 하던 당시 너무나도 수줍어하던 그 선수가 정말 맞는지 궁금할 정도. 마운드 위에만 올라가면 '싸움닭'으로 돌변한다.
일본 오키나와 실전 4경기 연속 무실점. 이대로라면 개막 엔트리 포함은 물론, 당장 필승조에도 들어갈 조짐이다. 시범경기에서도 지금 기세를 이어가면 불펜에서 가장 중요할 때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좌완 김택연(두산)'이 될 수도 있다. 김택연도 필승조로 시작해 시즌 중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필승조 기용 가능성을 분명하게 내비치고 있다.
대단한 건, 경기 플랜까지 신인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배찬승은 KIA전 후 "무엇보다 삼진을 잡기 위해 집중했다"고 했는데, 3K 경기를 해버렸다.
이어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라가 지킬 수 있어 좋았다. 초구, 2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인 선수가 원하는 대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배찬승은 마지막으로 "스프링캠프가 끝나도, 지금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