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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렵다.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해설이 있는 클래식', '팝과 오케스트라의 만남' 등 수많은 대중화와 크로스오버의 노력이 있어 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한공연 중인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는 이 클래식 대중화의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음악을 강렬한 일렉트릭 록사운드에 담고, 색채감 넘치는 화려한 3D 미디어아트, 그리고 현대 무용과 결합시켜 압도적인 에너지로 재탄생시켰다. 여기에 비발디의 삶을 스토리로 구성해 영상과 자막을 통해 100분 동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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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배우의 연기없이 오로지 영상과 자막만으로 구성된 분절적인 이야기가 과연 흡인력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베니스의 명물인 가면을 다채롭게 활용해 여러 캐릭터를 (영상을 통해) 만들어내고, 미지의 인물인 안젤로가 비발디가 태어났을 때 준 신비의 거울이란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해갔다. 바로크 시대를 풍미한 천재의 파란만장한 삶은 신비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장면 장면으로 끊어진 스토리는 강렬한 연주의 도움을 받아 상상력으로 여백을 메우는 재미를 유발했다.
무대 뒤쪽에 15m의 대형 스크린, 그리고 무대 앞에 24m 초대형 투명 백사막 스크린을 2중으로 설치해 구현한 입체적인 영상은 화려한 색채감을 뽐냈다. 여기에 유럽 클래식계의 떠오르는 스타 연주자들인 바이올리니스트 이르지 보디카, 첼리스트 마르케타 쿠비노바, 바이올리니스트 마르티니 바초바를 비롯한 오케스트라 및 세션 10인의 연주는 흠잡을 데가 없다.
비발디의 대표작 '사계'를 스토리와 어우러지게 배치하고 분수처럼 끊임없아 솟아나는 3D 미디어아트가 시선을 압도하면서 오감을 압도하는 퓨전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이디어다.
체코의 유명 음악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토마슈 벨코가 대본을 쓰고, 체코 최고 음반판매 기록을 가진 작곡가 미칼 드보르작이 작·편곡을 맡았다. 미칼 드보르작은 키보드를 연주하며 무대를 지휘하는데 그의 경쾌한 손놀림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첫 투어를 이어간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