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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영화같은 현실"…'1987' 뜨거운 12월의 항쟁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12-13 17:23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이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27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boradori@sportschosun.com/2017.12.1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영화 '1987'(장준환 감독, 우정필름 제작).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1987'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원 처장 역의 김윤석, 박종철 화장 동의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환 검사 역의 하정우,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 역의 유해진,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 역의 김태리, 박 처장의 부하이자 대공분실 조반장 역의 박희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사회부 윤상삼 기자 역의 이희준, 그리고 장준환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모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든 1987년 6월. '1987'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었던 6월 민주항쟁을 한국영화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첩보 액션 영화 '강철비'(양우석 감독,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작), 판타지 액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1', 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에 이어 올해 12월 스크린을 달굴 빅3 블록버스터 중 마지막 주자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먼저 2013년 개봉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 이어 '1987'을 통해 4년 만에 컴백한 장준환 감독은 만들면서 이 영화를 여러번 봤는데 오늘 배우들과 함께 다시 봤다. 배우들이 옆에서 많이 울어서 나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런걸 자뻑이라고 한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비록 상업영화지만 진짜 진심을 다해서 1987년도의 영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양심에 소리를 내고 길거리에 나와 땀흘리고 피흘렸던 이들을 생각해 만들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는 "허구의 인물인 연희와 실제 인물인 이한열 열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를 봤듯이 고(故)박종철 열사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로 마무리 짓는 6월 항쟁까지 표현하기 위한 구조를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어떻게하면 조화롭고 매끄럽게 만들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평범한 사람과 이한열 열사가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구조다보니 비교적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장준환 감독은 "2017년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뜨거움과 1987년 최루탄에 맞서 나온 국민들의 뜨거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양상이나 국면 등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이전 정권이 폭력적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1987년은 훨씬 더 폭력적이고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스스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의미있는 발자국이 없었다면 2017년은 아직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1987년과 2017년이 미묘하게 연결된 기분이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힘이 있는 국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지치고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또 아이를 키우다보니 지구가 어떻게 평화롭게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될까 좀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미안함도 같이 있었던 것 같다. 학생운동을 한 두 번 나가보기도 했지만 치열하게 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다. 내적인 본질을 고민한다는 변명하에 그렇게 살지 못했다. 그런 미안함에 갇혔던 것 같다. 그래서 '1987'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작가와 함께 오랫동안 각색 작업을 했다. 많이 만류를 하기도 했지만 분명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곳곳에 심장을 쪼이는 부분이 있었다. 드라마적 구조로 재미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 영화로 만들어질까 의심하게 될 때 촬영하게 됐다. 위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살펴 준 게 아닐까 생각한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날씨 도움도 많이 받았다. 나만의 영화가 아님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1987'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윤석은 "장준환 감독과 '화이' 이후 두 번째 작업이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지 않았나.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장준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수정본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공감갔다"고 밝혔다.

그는 "첫 번째 작품도 두 번째 작품도 좋은 역할을 안 주는 것 같다. 어려운 역할이었다.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가장 힘든 역할만 준다. '탁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라는 대사를 내가 할 줄 상상도 못했다. 그 말이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나온 걸 본 사람이다. 30년 뒤에 내가 할 줄 몰랐다. 장준환 감독이 박처원 처장을 제안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등학교 선배다. 이 배역을 누군가 해야지 영화와 역사가 알려지지 않겠나. 열심히 연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정우 또한 "시나리오를 받고 읽었을 때 실제 1987년을 떠올렸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는데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하교했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게 됐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더 촘촘하게 읽어갔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이 더 영화같다는 느김을 많이 받았다. 어떤 시나리오, 소설 보다 밀도가 높은 시나리오였다. 사실이기 때문에 재미라는 말을 가미하기가 어렵다. 그저 충격적이어서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들유들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딱딱함에 맞서 연기하려면 물렁물렁함인 것 같다. 시나리오 안에도 물렁물렁하게 그려진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장준환 감독과 상의해서 물렁물렁하게 연기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태리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시간이 된다면 광장을 나가려고 노력했다. 광장에 나갈 때 '나 한 명 100만명에 섞인다고 세상이 변할수 있을까?'라고 의심한 적도 있다. 솔직히 시대를 바라보는 입장은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연희가 처음 느끼는 전율과 함성 소리, 또 그들을 볼 때 어떤 감정이 들까 싶었다. 밀어내고 안 듣고 안 보려고 했던 연희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희망이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희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입장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1987'은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그리고 강동원, 설경구, 여진구가 가세했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카멜리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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