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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광화문 연가'(서울시뮤지컬단·CJ E&M 공동제작)를 보면서 잠시 '당혹감'을 느꼈다. 초연(2011년)과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주인공 명우가 젊은 날을 추억한다는 기본 얼개만 빼고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스토리라인은 원 노랫말과 조화를 이루도록 좀더 유연해졌고, 극 후반에 반전을 넣어 심심함을 달랬다. 극중 명우의 시간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는 '월하'라는 캐릭터도 새로이 추가했다. 여기에 나선형 계단의 무대와 다양한 영상과 그림, 한층 드라마틱해진 편곡, 거기에 198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기형도의 대표시 '빈집'을 수미상관으로 배치했다. 사실상 새 작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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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친숙한 멜로디와 차지연의 강력한 에너지 사이에서 드라마는 잠시 방황하나 곧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어떤 세대이건 청춘은 불면의 밤이 있어 아름답다. 시대의 아픔을 감당하며 80년대를 보낸 청춘들도 마찬가지다. 기형도의 시처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회한을 넘어 그 세월을 견뎌온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