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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그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오는 6월 개막하는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의 홍승희 프로듀서는 순수한 '팬(fan)심'이 제작의 발원지였다고 운을 뗐다.
2000년 이후 '맘마 미아!'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주크박스 뮤지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국내에서도 조용필, 서태지, 이문세 등이 거론되며 수많은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홍 프로듀서는 "저 역시 그 무렵부터 주크박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국내 대중음악에 충분한 자산이 있다고 믿었습니다"라며 "그러다 신중현 선생님의 음악을 갖고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신중현의 자서전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2006)를 읽은 뒤 확신으로 변했다.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두근두근' 첫 통화를 했다. "선생님이 의외로 쿨(cool)하셔서 사실 많이 놀랐어요. 뭐 하는 사람이냐, 어떻게 만들 생각이냐, 몇가지 물어보시더니 너무나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어요.(웃음)"
한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다. '미인' 역시 마찬가지다. 컨셉도 바뀌고, 대본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었다. 홍 프로듀서에 따르면, 거장(巨匠)은 이 모든 과정을 그저 묵묵히 기다렸다. 오히려 '뮤지컬 만드는게 보통 일이냐, 천천히 잘 준비해라'라고 홍 프로듀서를 격려했다. 오로지 그가 부탁한 것은 "나는 평생 실험적인 음악을 해온 사람이다, 뮤지컬 역시 실험적인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다.
오랜 준비 과정을 뒤로 하고 홍 프로듀서는 2014년 신중현과 정식 계약을 맺었고, 또 4년의 산고(産苦) 끝에 마침내 뮤지컬 '미인'을 내놓게 되었다. 감개무량이다.
홍 프로듀서는 지난 1990년 후반 공연계에 뛰어든 뒤 클립서비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 인터파크, 충무아트센터 등에서 홍보, 기획, 제작관리, 편집장, 프로그램 기획 등을 두루 거친 뒤 올해 '홍 컴퍼니'를 만들었다. 뮤지컬 '미인'은 그의 첫 '아이'다. 공연계에서 쌓은 오랜 인연 덕분에 정태영 연출, 이희준 작가를 비롯해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감독, 김유선 분장디자이너, 조문수 의상디자이너 등 대한민국 일급 스태프들이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가사에 얽매이지는 않으려고 했어요. 대신 원곡이 갖고 있는 힘과 영혼, 에너지를 살리는데 집중했습니다."
뮤지컬 '미인'은 그래서 1930년대 무성영화관을 배경으로 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완성됐다. 오랜 기다림과 땀의 산물인 뮤지컬 '미인'은 오는 6월15일부터 7월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