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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칸(프랑스)=이승미]피 한방울, 잔혹한 폭력신 한번 나오지 않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아주 새로운 스파이 무비가 탄생했다. 속내를 들켜야만 하는 자와 그 속내를 알아내고자 하는 자의 치열한 심리전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 '공작'이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작'(윤종빈 감독,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 제작).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비경쟁)으로 초청된 '악녀'가 21일(현지시각) 밤 11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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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 역을 맡은 박성영(황정민)을 비롯해 북의 외화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 공작전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남측의 국가안전부 기획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북경 주재 북이 국가안전보위부과장 정무택(주지훈) 등 모든 인물들이 눈빛과 숨소리 등 세밀한 묘사만으로 극의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더욱이 실제 남북 분단 상황과 95년도의 정치적 경제 상황, 대선 예측 상황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영화의 사실감을 더한다. 지금 남북 현실과 닮은 듯 미묘하게 다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살려낸 '공작'은 허무맹랑한 기존의 스파이 영화가 주는 식상함을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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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다. '공작'은 '절대 악(惡의) 응징'이라는 전형적인 첩보물의 전형도 깨부쉈다. 적국이면서도 같은 민족이라는 한번도의 지리적 특수성을 그대로 살린 '공작'은 절대적이고 완벽한 악을 설정해 놓고 그를 처단하려는 일차원적인 스토리에서 완벽히 벗어났다. 누가 우리편이고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이 명확히 교란시키는 '공작'의 스토리는 최근 급진적으로 달라진 현재 남북정세와 맞물러 영화에 대한 흥미를 더욱 끌어올린다.
한편,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공작'은 올 여름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영화 '공작'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