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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의 무모한 용기가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무한 공감력 장착 박차오름, 법대 위의 절대자 아닌 약자의 편에 선 판사
감정을 지우고 명확한 증거와 서류로만 판단하는 판사들 사이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모두가 외면했던 1인 시위 할머니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박차오름은 별종이다. "법복을 입으면 사람의 약점을 지워야 한다"는 임바른(김명수 분)의 조언에 "사람이면서 동시에 판사일 것"이라고 선언한 열혈 초임 판사 박차오름은 기존의 판사들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무기로 법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불판 사건에서 원고의 마음 속 응어리를 짚어냈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시민군 단장의 입장을 가장 먼저 헤아렸으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임바른과 한세상(성동일 분)을 설득해 납득 가능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사건 하나하나 제 일처럼 여기는 박차오름에게 공감능력은 약점이 아닌, 최고의 강점이다.
누구보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박차오름은 원칙과 기준 앞에 흔들리지 않는다. 동료판사를 위해 연판장을 돌렸고, 감성우 부장의 경계 없는 재판 청탁을 고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척 눈을 가리고 말만 번지르르 늘어놓으며 문제들을 외면할 때 박차오름은 기꺼이 바위를 향해 계란을 던졌다. 자신의 행동이 당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헛된 희망은 없다. 다만, 매 순간 "잘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정의도 바로 설 수 없다는 책임감이 박차오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법원과 현실을 향해 던지는 박차오름의 계란들은 무모하지만 변화의 시작을 이끌고 있다. 불의를 보고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빛나는 박차오름의 뜨거운 용기는 응원 받아 마땅하다.
#장렬하게 부딪히고 때론 실수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성장하는 '미생'
박차오름은 언제나 옳은 슈퍼 히로인이 아니다. 동료 판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사건을 공론화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관심에 힘들어했고, 1인 시위 할머니의 재판은 대형병원의 권력에 밀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서야 했다. 선의로 내민 손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 속에 박차오름의 신념은 더욱 단단해지고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진 임바른, 한세상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실패를 통해 성공보다 빛나는 변화를 향한 한 걸음을 뗀 것. 완성형 인물이 아니기에 실수를 하면서도, 이를 통해 깨닫고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보듬을 수 있는 손을 늘려가는 박차오름의 성장은 기대와 응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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