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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재욱을 만났다.
'손'은 김재욱을 유독 힘들게 만들었던 작업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구마의식을 촬영해야 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야 하는 작업들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 김재욱은 "고생을 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촬영 자체가 너무 좋았어서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마음과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공존했다"며 "아무래도 장르물이다 보니 특수효과를 내고 현장에서 준비해야 하는 신이 많았다. 피 분장이나 빙의를 하는 분장도 여러 번 반복해서 찍을 수 없었다.워낙 분장에 정성도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긴장감 같은 것도 분명히 존재했다. 기본적으로 낮 촬영 보다는 밤 촬영이 많았고, 세트도 어두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현장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좀 무거운 분위기였다. 거기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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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촬영하며 김재욱은 유독 악몽을 많이 꿨단다. 그는 "초반에는 악몽을 약간 꿨다. 확실히 안좋은 꿈을 많이 구게 되더라. 무슨 내용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반엔 처음 구마를 하는 신을 찍으며 많은 신경을 써서 머릿속에서 상상을 많이 했었다. 어떤식으로 그려낼지 이미지 트레이닝을했는데 그게 몇 번을 하다 보니 총체적으로 신에 대한 부담감을 덜은 느낌이었다. 어떤 신에 대한 부담감이나 긴장감이 아니라, '손'의 세계관에 완전히 녹아버린 느낌이었다. 집에서 잠을 자는데도 여기가 집인지, '손'의 배경지인지 감각적으로 순간 헷갈리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재욱은 구마의식을 연기하는 데에 큰 고민을 했다. 그는 "엑소시즘은 고전 명작에서부터 나오는 포맷이지만, 그 구마의식이라는 것이 은근히 별 게 없다. 악령과 엑소시스트가 부딪히는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이 한정적이다. 배우의 에너지와 연기호흡으로만 표현이 되는 것인데 자칫 잘못하면 오버액팅이 될 것 같고, 정적으로 가면 심심해질 것 같고 그런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던 것 같다. 막상 준비해가는 것이 있어도 매번 달라진 것이 구마자들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매번 긴장을 하고 시작했다. 실제 윤이로는 구마의식을 세팅했다. 구마의식을 시작할 때 성수를 쓰는데 그때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기더라. 나중엔 순서 같은 것들도 계산했던 처음과 달리 숙달이 되더라.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몰입 덕일까 김재욱은 '손'을 통한 연기 호평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생각한 자신의 점수는 50점. 김재욱은 "100점 중 50점이다. 나머지 50점은 쉬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어딘가 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었을 거다"며 "작품 자체게 가진 이야기 전개의 속도감이나 저희가 담아낼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던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을 더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중반까지는 작품 자체가 주인공들의 캐릭터나 매력도 중요하지만, 에피소드별로 나오는 구마자들의 연기와 메시지, 그리고 그걸 끌고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화평이도, 최윤도, 길영이도 입체적으로 표현하면서 과정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발제도 있었다. 저희가 캐릭터별로 가져갈 수 있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중반 이후부터니까. 중반부터 갈증이 좀 풀렸지만 초반에는 훨씬 함축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던 거 같다. 인물이 초반과 중반, 후반에 달라진다는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스스로 잘 안 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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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모두가 궁금해했던 '박일도'의 존재를 김재욱과 김동욱은 먼저 알고 작품을 시작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왔다. 김재욱은 "저와 동욱이는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알려달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늘 다르게 얘기했다. 한 번은 동욱이라고 하고 한 번은 저라고 하고, 또 한 번은 (정)은채라고 했다. 그러다 나중에 아게 된 사람들의 배신감을 노린 거다"며 "저희에게 놓인 숙제는 할아버지가 박일도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페이크'를 잘 심고 끌고가는 작업들이 재밌던 거 같다. 윤이가 물을 엄청나게 마시거나, 화평이가 물을 엄청나게 마시거나 그런 장치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면서도 한 번은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연기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결말에 대한 생각도 안 해 볼 수 없는 것. 열린결말로 끝난 '손'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이어졌던 바 있다. 김재욱은 "결말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박일도라는 한 귀신은 어떤 악의 형태를 구축하고 그걸 따라가는 과정을 그린 건데 박일도라는 귀신 자체가 인간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순수한 악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걸 억제하고 그런힘을 키우는 것들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을 가지고 인식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없이 좋은 결말 같다"고 말했다.
두 번의 인생캐를 만들어준 김홍선 감독과의 호흡도 김재욱을 즐겁게 만든 요인이 됐다. 그는 "김홍선 감독과는 서로 잘 만났다고 생가한다. 감독님도 저와의 작업을 즐거워 해주고 재밌어 해주고, 저도 감독님과의 작업이 늘 즐거웠다. 저도 작품을 할 때 분명 제가 잘 해야 하는 작품이어야 하고, 감독님이 저랑 해서 분명 재밌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저에게 작품을 주셨겠지만, 그런 좋은 만남들을 앞으로도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런 감독님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즐겁고 재밌고, 예상보다도 더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즌2와 영화화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그다. 김재욱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더 봐야 할 거 같다.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것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저도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 기대가 좀 큰 상황"이라면서도 "시즌2 출연에 대해 이 자리에서 답을 하게 되면 일이 커진다. 일단은 노코멘트로 하겠다"고 말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손 the guest'는 지난 1일 4.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이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운 결과로 퍼펙트한 엔딩을 맞은 셈.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탓에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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