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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은 지난 2014년 개봉한 독립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데뷔, 섬세하고 집요한 연출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극찬을 받고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국내외 영화계를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중. '한공주'보다 더 묵직하고 짙은 메시지는 물론 강렬하고 파격적인 전개로 여운을 남긴 '우상'은 충무로의 연기 신(神)이라 손꼽히는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의 열연으로 극강의 몰입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박하사탕'(00, 이창동 감독) '공공의 적'(02, 강우석 감독) '오아시스'(02, 이창동 감독) '광복절 특사'(02, 김상진 감독) '실미도'(03, 강우석 감독) '열혈남아'(06, 이정범 감독) '그놈 목소리'(07, 박진표 감독) '해운대'(09, 윤제균 감독) '감시자들'(13, 조의석·김병서 감독) '소원'(13, 이준익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17, 변성현 감독) '1987'(17, 장준환 감독) 등 수많은 인생 캐릭터와 대표작들을 만들며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설경구는 '우상'에서 또 한 번의 파격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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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상'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베를린영화제 당시 '우상'을 처음 봤다는 설경구는 "베를린영화제 '우상'의 완성판을 처음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게 모든 관객이 다 좋아할 영화는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우리끼리 했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이야기였지만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역시 쉽지 않았다는 설경구. 그는 "최련화(천우희)나 구명회(한석규)가 돌파하는 캐릭터라면 유중식은 그와 달랐다. 세 명의 배우가 나오는데 유중식은 듣는 캐릭터더라. 내 의지로 뚫는 캐릭터가 아니라 주변의 캐릭터에 리액션하는 캐릭터였다. 대부분의 메인 캐릭터는 돌파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유중식은 그런 게 아니어서 힘들었다"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매번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가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그런 캐릭터에 익숙한데 내가 돌파하는 캐릭터도 아니라는 지점에서 낯설었다. 누군가로 인해 가는 가야 하는 캐릭터가 낯설었다"고 고백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생애 첫 탈색을 시도한 설경구는 "'우상'을 촬영하면서 6개월간 탈색을 유지해야 했다. 검은 머리가 조금만 올라와도 극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한 달에 두세 번 탈색을 해야 했다"며 "한 번은 한 달간 내 분량의 촬영이 2번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한석규 선배의 촬영이 먼저 진행됐고 캐릭터를 만날 일이 별로 없어 2~3주간 촬영을 쉬었는데 그때 염색만 계속했던 것 같다. 2주 만에 촬영장에 가고 그랬는데 여러모로 힘들더라. 살면서 한 번도 노란 머리로 탈색은 안 해봐서 재미는 있었는데 이게 6개월간 이어질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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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설경구는 "솔직하게 한 번 이수진 감독에게 들이받으려고 한 적도 있다. 촬영을 끝낸 뒤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수진 감독과 서로 들이받으려고 했는데 한석규 선배가 '경구야 하지 마라'라고 말려 진짜 들이받지는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우상'에서 내 첫 촬영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는 뒷모습을 찍은 롱테이크 장면이었다. 그 장면만 스무 번 넘게 찍은 것 같다. 새벽부터 찍었는데 그때 '아, 이런 감독이구나' 싶었다. 집요한 감독 중에는 이창동 감독도 있는데 이수진 감독과 다른 집요함이 있었다. 물론 이수진 감독과 또 작업하고 싶다. 좀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리듬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다"고 당시를 곱씹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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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인 한석규에 대해서는 "한석규 선배는 현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전체를 보는 배우였고 흔쾌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선배였다. 안정감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설경구는 자신만의 우상에 대한 소신도 덧붙였다. 실제로 '불한당' 이후 막강한 팬덤을 얻은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제3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 그는 "'지천명 아이돌'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나는 아이돌은 아니다. 나이 50줄에 무슨 아이돌을 하겠나?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은 내겐 좋은 친구들과 같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나를 언제나 응원해주는 '같은 편 친구들'인 것 같다. 실제로 '우상'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상은 숭배라는 느낌이 있어서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상'의 유중식만큼 살면서 집착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연기에 집착하는 것은 있다. 배우는 작품에서 잘 표현되고 싶어 하고 작품을 잘 만들고 싶어 하지 않나? 그 정도는 집착으로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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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가세했고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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