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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JTBC '날찾아'가 탄탄하고 촘촘한 서강준의 짝사랑 서사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뭉근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로 인해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는 게 지옥 같기만 했던 그때", 해원은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하고야 말았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 가까운 강에 빠져 죽어버리겠다 결심하곤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실은 것. 꽁꽁 얼어붙은 해원의 마음과는 달리 노랗고도 빨간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어 있던 날이었다. 날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사실은 죽지 않고 싶어서였을까. 그날따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고,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나쁜 계획은 미뤄지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자 해원은 깨달았다. 이러다간 죽지 못하겠다고, 그래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벌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고, 첨벙첨벙 낙동강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물은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올랐고, 조금만 더 가면 물에 영영 잠겨버릴 것 같았다. 그때 어떻게 알고 온 이모 명여(문정희)가 해원을 다급히 말리면서 가출 소동도 끝이 났다. 여기까지가 해원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 날의 이야기다.
천만다행히도 허기가 졌던 해원은 근처 민박집으로 발길을 옮겼고, 은섭도 그 길을 함께했다. 그날 해원이 내디뎠던 모든 길의 열 걸음 뒤에는 그녀에게서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은섭이 있었다. 무궁화 열차 이야기는 은섭의 전화를 받고 한 걸음에 달려온 명여가 해원을 말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뒤 수풀 사이로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던 은섭이었다. 먼 훗날 연인 사이가 되어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원에게 "살아서 다행이다. 죽지 않아줘서 고마워, 해원아"라는 은섭의 목소리에 진한 진심이 실려 있었던 이유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나무가 많았던 청도역에서의 그날은 그들이 함께한 첫 번째 가을 여행이었다.
narus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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