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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연기는 할수록 어려워"..김태훈이 '가족입니다'로 느낀 것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7-25 15:15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태훈(26)이 '가족입니다'로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깨달았다.

1997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단원으로 배우활동을 시작한 김태훈은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와 영화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배우가 됐다. 2006년에는 '굿바이 솔로'로 드라마에 발을 들여놓았고, OCN '나쁜녀석들'(2014)부터 JTBC '사랑하는 은동아'(2015), tvN '응답하라 1988'(2015), JTBC '판타스틱'(2016),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2018), SBS '시크릿부티크'(2019) 등에서 활약했다.

올해는 특히 세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통화권 이탈'부터 tvN '외출'(2020), 그리고 21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김은정 극본, 권영일 연출)를 차례로 마쳤다. '가족입니다'는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김태훈은 첫째 은주(추자현)의 남편이자 보수적인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성소수자라는 비밀이 밝혀진 뒤 갈등을 겪었던 윤태형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태훈은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가족입니다'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김태훈은 "주변에서 보신 분들이 엄마 아빠 얘기에 눈물이 난다는 분들도 있고, 저희 부부 얘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고, 친군데 연애를 하는 본인의 과거가 생각나는 분들도 있다고 하셔서, 다양한 관계들이 이렇게 공감대를 얻었나 보다 하는 것은 주변에서 말을 해주시니까 좋았다. 형(배우 김태우)이 재미있게 봤다고, 본방을 사수하면서 연락을 하더라. 약간 부담스러웠다. 저희 서로 막 그렇게 안하는데, 점점 형이 특히 제가 작품을 하면 보고 좋은 얘기나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지, 이번 작품은 형도 정말 좋았나 보다. 재미있다고 하시더라. 작가님이 '접속'하셨던 작가님이라서 처음에는 몰랐다가 반가워하더라"며 '가족입니다'를 만났던 소감을 밝혔다.

'가족입니다'는 몰랐던 가족의 모습을 하나 둘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 억지로 '화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태훈은 실제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며 "가족이 다 다르지 않나. 누구나 다 다르고, 저희 집은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평범한 가정이다. 물론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비밀이 있을까?' 의심을 해보거나 그런 것은 특별히 없는 평범한 가정이다. 그런 걸 새롭게 고민을 해보지는 않았다. 형 김태우는 알기도 모르기도 한다. 3형제로 남자들끼리만 자라서 학교 다닐 때는 속옷도 같이 입었다. 옷도 기본적으로 자기 옷이 있지만, 서로 같이 입었어서 의식하지 않은 것 안에서 당연히 안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지만, 당연히 모르는 게 있고, 나이가 들며 따로 사니까 그런 지점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오히려 이제 제가 섣불리 아는 척을 하는 게 위험하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위험하다. 그러지 않게, 있는 그대로를, 가족의 어떤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형제 중 김태훈의 역할은 '똥멍청이 막내 지우(신재하)'라고. 김태훈은 "지우랑 비슷하다. 똥멍청이 막내 같다. 허술하고, 그런 거 같다. 오히려 밖에 나와서 더 허술하다. 집에서도 허술하고. 지우처럼 가족 안에서 막 귀엽고 뭔가 밝게 에너지로 그러지는 않는다. 저는 막내인데도 재미있으려고 하고, 즐겁게 노니까 항상 즐겁게 공 갖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지우 같은 에너지로 그러지는 않는다. 제가 느꼈을 때 떠오른 것은 허술함이다. 그게 떠올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시크릿 부티크'에 이어 '가족입니다'까지 '중년의 성소수자'를 표현해왔던 김태훈은 이번에는 반전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한때는 일부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자가 되기도 했다. 그는 그 반전에 대해 "'시크릿부티크'에서 (성소수자 역할을)해서 그런지 익숙했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인물이다 보니까. 인물 자체의 고민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의 여러 삶에 어떤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아픔, 고민들이 있을 거니까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시청자들은 이미 1,2회에 느낌이 왔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반전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은주와 결혼한 태형에게 분노하기도 했다. 김태훈은 전개가 문제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다며 "그게 드라마 상에서 이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 인물이 정말 어떤 이유로든 속였고, 그걸 밝히게 되는 과정인데, 그러다 보니까 저는 초반에 카페 아르바이트생과 부인의 관계를 질투처럼 의심하는 것처럼 가짜로 연기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가 커뮤니티에서 문제로 왔을 거라고 짐작했고 신경이 쓰인 거다.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반응(분노와 배신감)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이야기 속의 하나의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반전이라고 하기에도 전 이미 알고 있는, 삶의 하나의 상황이다. 모르고 보셨던 시청자 분들은 당연히 그런 느낌이었을 거 같다. 시청자들의 분노도 이해한다. 당연히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이 있을 수 있을 거다"고 밝혔다.


때문에 아내였던 추자현과의 호흡에도 궁금증이 이어졌다. 김태훈은 "저는 너무 좋았다. 왜냐면 진심으로 여러가지 것들을 얘기를 나누고 서로 신을 하면서 고민도 많았고, 그런 걸 충분히 인물들로 적어도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나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은주와 대립하면서 격화됐던 장면이 몇 장면이 있는데 아픔을 같이 나누거나 그런 장면들은 기억에 남는다. 엄마(원미경)한테 가서 죄송하다고 무릎 꿇은 지점도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했는데 저희 이번 작품에서 제가 어려웠던 지점은 일상적인 얘기와 대사일 수 있는데 한 끗 차이로 어떤 표정을 짓고 말투로 하는지 달라질 수 있어서 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이 인물은 어떻게 했을까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어머니와의 장면에서도 굉장히 제가 미안해서 감정이 확 더 올라올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그 지점에 있어서도 감독님은 미안하기 때문에 어른스럽게 감당하는 지점으로 서로 얘기를 나눈다든지 그런 것들을 얘기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자현과 격렬히 다퉜던 장면에 대해서도 "목조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미안함도 있지만, 그랬던 장면이다. 소록도 가서 실제 펜션에서 찍었다. 폭력적인 걸 단순히 걱정하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할까' 충분히 제 스스로 납득이 돼야 하고, 어떤 식으로 목을 조른다거나 그런 것들도 표현이 돼야 하는데 이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할까, 은주는 어떤 마음일까 고민을 했고, 자현이도 그 지점에 있어서 생각을 나누고 했다. 그러면서 찍었다. 그 장면도 서로 집중해서 되게 찍을 때도 좋았다. 그러고 소록도에서 맛있는 거 먹고 그런 걸 얘기하진 않았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까 여러 번 찍지 않나. '많이 때렸더라 너?'하면서 웃었다. 자현이가 '오빠 자국 남은 거 아니야'했는데 전혀 아프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맞은 횟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찍은 거 보니까 많이 맞았더라. 맞을 만했다. 더 맞았어도 할 말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가족입니다'에서는 아버지인 김상식(정진영)이 어느 날 갑자기 22세의 정신으로 돌아가게 되며 다시 아내 이진숙(원미경)과 연애하는 모습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이에 김태훈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태훈은 "요즘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든다. 잘 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돌아간다면, 저는 그냥 정말 어릴 때 맨날 동네에서 형들이랑 애들이랑 놀았던 야구하고 축구하고 놀았던 그 어린시절이 가장 즐거웠던 거 같고, 그때가 저의 전성기인 거 같다.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앞으로 잘 살아야 할 거 같다.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거 같고, 연기도 그렇고, 하면 할수록 살면 살수록 힘든 거 같고, 사는 것도, 어떻게 하면 더 어른이 점점 잘 되어갈까. 그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쉽지 않은 거구나 싶다. 어릴 때는 뭘 해도 상관이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늦게 깨달았나 보다. 다시 돌아가고 도망가는 것보다는 지금 잘 살아가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이 이같은 고민을 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입니다'가 있었다. 김태훈은 "이번 작품은 사실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다. 몇 년 후에 '그걸' 알 수 있겠다는. 그만큼 이유를 모르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변곡점처럼 어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그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하는 동안,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났고 여러가지가 섞였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게 뭔지 , 혼란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 뭔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훈은 "연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번에 정말 크게 느꼈다. 변곡점인 것이 그 느낌이 정말 세서다. 하면 할수록 힘들고,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했는데, 정말 그런 의미구나 했다. 저도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잘 모르겠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닫게 됐다. '이렇게 힘드나' 싶었다. 그러니까 잘 살고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엔 잘하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게 끊임없이 힘든 것들을 잘 다스리면서 성장하는구나 하는 의미였다"며 "재미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예전엔 신기한 것들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보다는 발견보다는 기대나 욕심, 혹은 책임이 훨씬 커지는 거 같고, 그게 더 눈에 잘 보이고, 그러니까 그걸 메우기 위해서 노력을 해도, 그게 끝이 없구나라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내비쳤다.

김태훈은 '가족입니다'를 마친 뒤 발레에 도전하는 노인과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나빌레라'에 합류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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