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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CJ ENM 구창근 대표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문제적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을 말이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원픽 아이돌 그룹 멤버를 뽑는다'는 콘셉트로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제작진이 직접 투표에 개입해 순위를 뒤바꾸거나 미리 데뷔조를 선정해 놓는 등의 조작 행위를 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데뷔조에 들어가지 못하고 꿈이 좌절된 연습생들이 생겨났고, 엑스원은 데뷔 활동을 해보기도 전에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으며, 살아남은 아이즈원은 '조작돌'이란 날선 눈초리를 받으며 마음 고생을 하는 등 연습생들이 희생양이 돼 더욱 큰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CJ ENM 허민회 대표가 나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K팝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조작 방송'이란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CJ ENM은 다시 안준영PD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는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일반적인 사회 생활에서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사기 등 형사 사건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직원은 해고 대상이 된다. 그러한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재고용하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CJ ENM이 바로 그 '제로'에 수렴하는 가능성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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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의 대국민 사과에 애초부터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PD 등의 계획 범죄로 연습생들과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 프로듀서들은 모두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됐다. 그런데도 안PD를 다시 기용하는 것이 어떻게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보상이 될 수 있냐는 의견이다.
어쨌든 CJ ENM 측은 당당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안PD는 기존에 맡았던 프로그램을 다시 제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다. 이미 안PD가 실형을 살고 나와 죗값을 모두 치른 만큼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피땀눈물 흘려가며 오디션에 도전한 연습생들은 시간과 열정만 허비한 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거나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정작 두 번째 기회는 가해자가 갖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국 허리까지 굽혔던 CJ ENM의 사과는 퍼포먼스에 불과했던 걸까. 그리고 안PD의 복귀는 모두 계획된 시나리오였던 걸까. 안PD 복귀 미스터리가 풀릴 것인지, 대중의 용서를 받을 수는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