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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개(犬)

기사입력 2025-06-30 07:44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말 관용구와 속담에 개가 쓰인 게 많습니다. 하찮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다룹니다. 부지런하고 열성적인 것을 나타낼 때도 있지만요.

'개 발싸개 같다' 합니다. 보잘것없음을 표현합니다. 개 발싸개 같은 선물을 주면 주고도 욕먹습니다. 예쁜 진짜 발싸개를 사주면 개 주인에게 한동안 사랑받겠지만요.

[사람 잠도 못 자게 오밤중에 개 싸대듯 돌아다니며 어쩌라는 거야…….≪한수산, 부초≫] 아무 데나 함부로 마구 쏘다니는 모양을 그렸습니다. 미친개 싸대듯 한다고도 합니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이 유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개 잡듯 한다, 개 패듯 한다 합니다. 함부로 다루고, 마구 때린다는 거네요. '나'를 개 콧구멍으로 아는 이는 멀리해야 합니다. 시시하다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거니까요. 시시하다는 말이 똥 시(屎)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개가 똥을 마다할까 하면 심하게 비꼬는 말입니다. 본디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거절하는 상대에게 정색하고 이렇게 말하면, 그건 엄청난 욕설입니다. 졸지에 똥개가 되어버린 거니까요.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하고 개를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 하듯 개와 똥은 자주 동행합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고 합니다. 돈을 벌 때는 천한 일이라도 하면서 벌고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씀을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쓴다 대신에 산다, 먹는다 동사도 쓸 수 있습니다.

"개 발에 땀 났다" 하는 말은 임박한 수업에 낼 리포트를 미친 듯이 쓰고 있는 학생에게 제격입니다. '개 꼬리 삼 년 묵어도[묻어도/두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는 속담은 본바탕이 좋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하여도 그 본질이 좋아지지 않음을 이릅니다. 황모는 족제비 꼬리털로, 가늘고 빳빳한 붓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옷차림이나 지닌 물건 따위가 제격에 맞지 않을 때 [개 발에 (주석) 편자]라고 합니다. 활용도 높은 [개 팔자가 상팔자]는 내 신세가 처량할 때 놀고 있는 개를 보며 하는 탄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의 파괴가 제한적이라는 취지로 보도한 CNN 기자에 대해 "개처럼(like a dog) 쫓겨나야 한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개는 한국에서와 비슷한 느낌으로 말 치장에 쓰이나 봅니다. 그 나라 표현의 자유 권리를 담은 수정헌법 제1조, 과연 얼마나 안녕할까요? 요즘 속어로, 개궁금해집니다. 접두사 '개'는 매우/정말로/무척/큰, 이라는 뜻을 표현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연합뉴스 기사, 트럼프 "CNN기자, 개처럼 쫓겨나야"…FBI, 기밀유출자 색출 나서(종합2보)(송고 2025-06-26 05:53) -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5169152071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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