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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 자신의 팬이 된다는 것…소설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기사입력 2025-08-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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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 소설 '미지의 별'·로커스상 수상작 '바닷속의 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 박지영 지음.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의 팬이 되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담아낸 소설이다.

56세 여성 복미영은 열다섯 살에 데이비드 보위의 팬이 된 이래 누군가의 팬이 되기를 멈춰 본 일이 없다. 하지만 열성을 다해 좋아하던 30대 가수 W가 음주운전 뺑소니를 저지르자 깊은 회의감에 빠진다.

복미영은 자기 삶을 근본부터 바꾸기 위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팬이 되기로 한다. 나아가 다른 팬들을 모집해 '복미영 팬클럽'을 만들기로 한다.

"만들자, 복미영 팬클럽. 내가 복미영의 팬이 되어주자. 까짓것, 팬질 경력만 40년이 넘었다. 그동안 안 해본 팬질이 없었다. 나 까짓것의 것의 팬이라고 못할 게 없었다."(본문에서)

평범하게 살던 복미영이 팬클럽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스스로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여정으로 읽힌다. 팬은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에게만 허락된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 같은 통념을 뒤집어 유쾌하고 신선한 인상을 준다.

소설은 50대 복미영이 30대 연예인 W를 인터넷에서 '오빠'라고 부르는 등 팬덤 문화를 익살스럽게 묘사한다. 동시에 연예인을 선망하는 마음이 왜곡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마저 옹호하는 일부 팬의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현대문학. 268쪽.

▲ 미지의 별 =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옮김.

탐사대원 핀과 카슨은 미지의 행성 부우테에 파견돼 탐사하던 중 울프마이어라는 인물이 행성에 무단 침입한 흔적을 발견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핀과 카슨은 정부와 동료 대원에게 울프마이어의 침입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탐사와 침입자 추적을 병행한다. 이 와중에 큰 호기심과 선망을 품은 이블린이 부우테에 임시 탐사대원으로 합류하며 팀 분위기는 한층 어수선해진다.

미국 작가 코니 윌리스(80)의 과학소설(SF)로, 미지 행성을 배경으로 침입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작가는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풍자했다.

소설 속 정부는 행성 탐사가 자칫 제국주의라 비난받을까 두려워 탐사대에 온갖 제약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선주민(先住民)이 탐사대의 잘못된 행동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선주민은 온갖 트집을 잡아 탐사대에 벌금을 부과한다.

이같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소설 속 정부가 정치적 비판을 면하려 탁상행정을 한 결과다. 윤리적 외관에 집착한 탓에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현대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꼬집는다.

아작. 232쪽.

▲ 바닷속의 산 =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인류가 다른 생물종을 점점 더 심하게 착취하는 가까운 미래. 베트남의 고립된 군도 꼰다오에 '바다 괴물'이 출몰해 불법 낚시꾼을 죽인다는 소문이 퍼진다.

두족류의 지능을 연구하는 하 응유엔 박사는 거대 기업의 의뢰를 받고 꼰다오를 조사하던 중 바닷속 난파선에서 문어들이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문어들은 자기들만의 문자를 쓰고 색깔과 무늬가 변하는 피부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데다, 도구를 이용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지식을 대물림한다.

2023년 미국 유명 과학소설(SF)상인 로커스상 신인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 작가 레이 네일러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에서 문어의 문명이 발견되자 인간 중 일부는 언젠가 문어들이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다른 일부는 문어를 조사해 새로운 발명을 해내려는 욕심에 사로잡힌다.

작가는 자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며 지구의 포식자인 인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위즈덤하우스. 536쪽.

jae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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