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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문화유산 보존·관리 분야에서 선두 역할을 하며 경험도 많습니다.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아루나 프란체스카 마리아 구즈랄 국제문화유산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이하 이크롬) 사무총장은 "앞으로 한국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이크롬은 138개 국가가 가입한 국제기구다.
문화유산 보존·복구 분야에서 정부 간 협력을 위해 1959년 발족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및 세계유산 협약과 관련한 자문기구 역할을 한다.
세계유산 등재 심사 및 평가 과정에 참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유산(heritage) 분야 3대 국제기구로 꼽힌다.
한국 정부는 2012년 이크롬과 신탁기금 약정을 체결한 이후 매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 교육·연구를 지원하면서 '콜아시아'(CollAsia)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22년에는 세계 23개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유산 현장 관리자 등이 참여하는 교육을 서울과 부여에서 열기도 했다.
구즈랄 사무총장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연 '세계의 고고학 : 쓰레기 고고학' 국제 학술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쓰레기는 우리보다 앞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기록이자 증언"이라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학술회의 주제를 평가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묻자 그는 "모든 것이 놀랍다"며 환히 웃었다.
그는 특히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을 둘러본 경험을 언급하며 "굉장히 앞선 (과학) 기술이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쓰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한국의 역량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한국 정부와 이크롬 간 인적 교류·파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크롬에서는 한국인인 조유진 세계유산 리더십 프로그램 매니저가 주요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7년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이크롬 본부 정식 직원이 됐다.
이크롬 측은 국가유산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와 협의해 2022년부터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만, 문화유산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진급 파견 근무나 교류는 아직 없다.
일본은 2년마다 1명씩, 20년 가까이 문화유산 담당 공무원을 이크롬에 보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인사혁신처와 파견 근무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 중이다.
구즈랄 사무총장은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전문가가 이크롬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국제 업무 경험을 쌓아간다면 상호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문화대 역시 현재는 1∼2명 수준으로 인턴십을 진행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지원 및 교류 확대를 바랐다.
사실 구즈랄 사무총장은 이크롬 66년 역사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2024년 1월 이크롬의 첫 여성 수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18년 이상 근무하며 국제 개발 및 공공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후 이크롬에 합류했다.
구즈랄은 자신이 "이크롬의 11번째 사무총장이지만 첫 여성 사무총장"이라며 "문화유산 분야에서 많은 여성이 활동하고 있으나 리더(지도자) 자리에는 그 수가 많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늘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매우 역동적이며 사회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단순히 보존을 위한 보존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 혹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웃음)
구즈랄 사무총장은 한국이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유치한 것과 관련해선 "문화유산 보존·관리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세계유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보존 정책을 고민하는 관리자들을 모은 포럼 등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위한 준비를 전폭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