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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이가 비실비실 빠져나갔다"

기사입력 2025-08-09 08:43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황동혁 감독이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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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캡처]

"제가 이빨이 흔들려서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7월31일 이재명 대통령)

"제가 피곤해지면 잇몸에 문제가 생기는 편이다. 여섯 달 전에 치아 2개를 빼고 임플란트했다."(6월30일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최근 유명인들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졌다고 고백하면서 치아 건강에 대한 주의 환기가 이뤄지고 있다.

얼마나 힘들면 생니가 빠질까.

◇ 소설 쓰다가·격무에 시달리다가…

앞서 소설가 김훈은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쓰던 2001년 겨울, 원고 집필 중 치아가 8개나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독서신문에 따르면, 김훈 작가는 그해 10월 '수요문학광장-만나고싶었습니다'에 연사로 나와 "본래 이가 튼튼하지 못했는데 동편제 우조의 절벽을 문장으로 기어오르려니까, 이가 솟아서 아무런 통증도 없이 바람 새어나가듯 비실비실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격무에 시달린 탓에 치아를 뽑은 경험을 적어 놓았다.

문 전 대통령은 "나는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면서 "나뿐 아니라 이호철 비서관과 양인석 비서관을 비롯해 민정수석실 여러 사람이 치아를 여러 개씩 뺐다"고 소개했다.

이어 "웃기는 것은 우연찮게도 나부터 시작해서 직급이 높을수록 뺀 치아 수가 많았다"며 "우리는 이 사실이야말로 (치아 건강에)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적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감 시절 치아 상태가 악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무엇보다도 본인의 건강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던 것 같다"며 "깊은 내막을 잘 알 수 없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치아가 굉장히 안 좋아서 씹어서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 막바지에 현지 보고를 받느라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달 31일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는 "이빨이 흔들린다"고 언급 했다.

황동혁 감독은 각본 작업부터 총 6년에 걸친 '오징어게임' 대장정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서 임플란트 사실을 두 차례 공개했다. 2021년에는 "시즌1 하면서 이가 6개 빠져서 임플란트하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고, 지난 6월 시즌3이 공개된 후에는 "제가 피곤해지면 잇몸에 문제가 생기는 편이다. 여섯 달 전에 치아 2개를 빼고 임플란트했다. 살도 59㎏까지 빠졌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세간에는 '집을 지으려면 이가 몇 개 빠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개인이 직접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등 자신의 집 짓는 일에 나서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 "스트레스로 무의식중 이 악무는 습관 생기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고 말한다.

김종엽 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차기회장은 9일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받으면 무의식중에 이를 악무는 습관이 생기고, 이에 따라 치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진다"며 "이러한 힘이 누적되면 '외상성 교합'(치아가 교합 시 지나치게 많은 힘을 받는 상태)이 발생해 치아나 잇몸에 손상을 주고, 치아가 파절되거나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아를 지탱하는 뼈인 치조골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서서히 흡수되며, 이에 따라 치아의 동요가 심해지는 것이다.

김창성 연세대 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신체 염증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촉진된다"며 "이는 질환의 심도를 더욱 높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치아 손상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김 차기회장은 "나이가 들면 치아는 자연스럽게 마모되면서 치아의 교합 면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치아끼리 맞닿는 면이 평평해지고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힘이 한곳에 집중돼 더 강하게 이를 악물게 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또한 치아 마모가 심한 상태에서의 외상성 교합은 치조골 손상을 가속할 수 있다. 여기에 흡연, 음주, 구강 위생 부족 등 복합적인 생활 습관 요인이 결합하면 치아 건강은 더욱 빠르게 악화한다.

아울러 치아가 하나 빠졌을 때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 자리에 걸리던 힘이 인접 치아에 가중돼 도미노처럼 추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차기회장은 "하나가 빠졌을 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주변 치아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구강 질환자, 암에 걸릴 확률 높게 조사돼

수명이 길어지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좌우하는 치아 건강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흔히 치아 건강을 '오복' 중 하나로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사실 오복을 처음 규정한 유교경전인 '서경'(書經)에서는 장수·부유함·건강·덕행·편안한 죽음을 인간의 다섯 가지 복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치아는 없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민간에서는 콕 집어 치아 건강이 오복에 포함된 것으로 회자하며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하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연구에 따르면, 구강 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대장암은 13%, 간암은 9%, 위암은 8%, 폐암은 4% 더 많이 발생했다. 치은염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과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각각 8%와 7% 증가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마찬가지였다.

치아 상실이 있는 사람은 전립선암 사망률이 24%, 위암은 21%, 간암은 16%, 대장암은 14%, 폐암은 8% 증가했다. 치은염도 간암 사망률을 11%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차기회장은 "이가 흔들리거나 뭔가 불편함이 느껴질 때,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기지 말고 반드시 검진받아야 한다"며 "조기 진단과 예방이 치아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치주 질환과 교합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경우, 반드시 염증 치료에 교합 조정 및 안정 치료가 동반돼야만 치아를 보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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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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