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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기 한 달 전까지도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진행하는) 삼국유사 강독을 준비하시느라 일일이 옥편을 찾아가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셨죠."(제자 김종군 건국대 교수)
평생 고전 서사와 설화, 야담, 판소리 등 연구에 헌신한 김현룡(金鉉龍)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8일 오전 11시2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9일 전했다. 향년 90세.
평생 고전 서사와 설화문학 연구에 몰두했다. 한중 설화 비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고설화론', '한중소설 설화비교연구' 등을 펴냈다. 1997년 '한국 동물 관련 문헌설화 연구'라는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설화중 가장 많이 나타난 동물은 용과 호랑이이며 외국과 달리 말·참새·원숭이 등과 관련된 설화는 적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고전 문헌 속 설화와 관련된 요소를 집대성한 '한국문헌설화'(전 7권)와 '옛사람에게 길을 묻다', '신선과 국문학', '한국인 이야기'(전 10권), '허균-자존의식과 이상향 추구' 등을 저술했다. 퇴직 후 해천서당을 열어 문하생들과 함께 고전 원전 강독을 25년 동안 매주 진행하며 '해동명장전', '한국판소리정수'(전 3권), '동야휘집 완역본'(전 3권)을 번역·감수했다. 조선 후기 문신 이원명(1807∼1887)이 편찬한 '동야휘집'은 '청구야담', '계서야담'과 함께 조선 후기 3대 야담집으로 꼽힌다. 제자 김종군 건국대 교수는 "동야휘집은 고사를 많이 인용한 데다, 저자가 기교를 많이 부리다 보니 문장이 난삽해서 그동안 남북한 어디에도 완역본이 없었다"며 남북한을 통틀어 최초 완역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에는 역사소설 '오성과 한음'을 펴냈다. 김 교수는 "학문적 열정이 대단하셨다"며 "'신선과 국문학'을 쓰신 뒤 종종 '나는 나중에 신선이 될 거다'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시곤 했는데, 돌아가시기 한 달 전까지 강독 준비를 하시다가 정말로 신선처럼 훨훨 날아가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이정민씨와 1남 1녀(김철원<의사>·김성혜) 등이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1호실, 발인 10일 오전 10시, 장지 시안추모공원. ☎ 02-2030-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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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