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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이 열렸다.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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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콜롬비아전(2대1 한국 승)을 앞두고 취재진에 명단이 전해졌다.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근호(강원) 고요한(서울)이 포함돼 그 의중을 읽기 어려웠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오늘 전술은 4-4-2"라고 전했다. 걱정이 앞섰다. 4-4-2 포메이션은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포메이션이다.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에 두는 첫번째 실험에, 다른 여러 복잡한 전술들이 가미되면 자칫 이번에도 실패한 실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실제로 콜롬비아전에서 선보인 4-4-2는 두줄 수비를 기반으로 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레스터시티(잉글랜드)식 스타일이었다. 4-2-3-1 포메이션에서 자주 뛴 한국선수들은 경기장을 3등분 해서 플레이하는데 익숙하다. 게다가 정통 스트라이커와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다. 한국은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최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물론 볼 하나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린 태극전사들의 달라진 정신력이 중심에 있지만, '생소한' 4-4-2 속 '익숙한' 디테일을 살려준 전술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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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콜롬비아 A대표팀의 평가전이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렸다. 이근호가 콜롬비아 골문을 향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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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투톱을 보자. 신 감독은 예고대로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했다. 관심사는 역시 손흥민의 파트너였다. 손흥민이 포스트플레이에 약점을 갖고 있는만큼, 당초 '정통파' 이정협(부산)의 기용이 예상됐다. 하지만 신 감독의 선택은 이근호였다. 손흥민의 동선을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이정협은 정통 스트라이커다. 중앙에서 플레이를 한다. 원톱으로 자주 나선만큼 손흥민과 움직임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했다. 신 감독은 이근호의 동선을 주로 오른쪽으로 제한했다. 이근호는 빠른 발과 부지런함으로 콜롬비아의 수비를 오른쪽으로 이끌어냈다. 이 틈을 타 손흥민이 가운데로 침투했다. 왼쪽에서 가운데로 이동하는 것을 즐기는 손흥민에게 가장 좋은 동선이었다. 손흥민-이근호 투톱은 위치는 최전방이었지만, 오른쪽과 왼쪽으로 공간을 나눠 윙어의 특징까지 살리며 콜롬비아의 수비를 흔들었다. 손흥민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무대 위에서 2골을 폭발시켰다.
허리도 살아났다. 발빠른 최전방의 침투를 살려준 것은 이재성(전북)-권창훈(디종) 좌우 날개였다. 신 감독은 두 공격형 미드필더를 측면에 놓고, 공격 작업을 사이드에서 진행했다. 최전방에 포진했지만 날개에 익숙한 손흥민과 이근호에 맞춘 전술이었다. 위치는 측면이었지만, 이재성과 권창훈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더 익숙한 선수들이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제한이 없었다. 신 감독도 특유의 기동력을 적극 살려줬다. 4-3-3의 콜롬비아가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내보냈지만, 우리가 중앙에서 밀리지 않았던 것은 이재성과 권창훈의 헌신적인 움직임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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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콜롬비아 A대표팀의 평가전이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렸다. 콜롬비아 히메스가 고요한과 기성용 사이에서 넘어지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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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원에서는 고요한을 빼놓을 수 없다. 고요한은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완벽히 지웠다. 사실 고요한이 대표팀에서는 풀백 자원으로 발탁됐지만, 서울에서 그는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뛴다. 고요한은 하메스가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할때 어김없이 그 동선에 맞춰 하메스를 제압했다. 볼을 뺏으면 빠르게 전진했다. 고요한이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니지만, 그만의 장점으로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자유롭게 했다. 기성용은 특유의 탈압박 능력을 과시하고, 정확한 롱패스로 공격을 지원했다. 수비에서 시작된 빌드업 작업을 매끄럽게 수행했음은 물론이다.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1실점을 했지만 오픈 플레이에서는 지난 10월 유럽원정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 신 감독은 이날 김진수(전북)-권경원(톈진 취안첸)-장현수(FC도쿄)-최철순(전북) 포백을 내세웠다. 선수들이 가장 익숙한 자리에 섰다. 김진수는 오버래핑에 전념했고, 최철순은 상대 에이스를 마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전북에서 하던대로다. 권경원과 장현수도 익숙한 포백의 센터백 자리에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간격 유지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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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콜롬비아 A대표팀의 평가전이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렸다. 후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이 권경원, 장현수와 기뻐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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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 보다 본인이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더 커보였다. 그 대표적인 카드가 '변형 스리백'이다. 잘 되면 좋겠지만 변형 스리백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전술이다. 훈련시간이 짧은 대표팀에선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본인이 가장 잘하고 익숙한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포메이션은 숫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다. 콜롬비아전은 그 '내용'이 좋았다.
14일 세르비아전(울산월드컵경기장)도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콜롬비아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태극전사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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