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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경기를 마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우승과 월드컵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정이다. 하지만 색채가 불분명하다. 포백과 스리백을 넘나드는 구성을 지난 두 경기서 내놓았으나 순간 대응 능력도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때문에 신 감독이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나오고 있다.
신 감독은 "본선으로 가는 과정이다. 본선에서 포백, 파이브백을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며 동아시안컵을 치르고 있다. 첫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감독이 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 준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고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술 대응책이 미흡했다는 점에 대해선) 순간 상황에서 실수가 빚어지며 실점으로 이어진 부분은 선수, 코칭스태프가 배운다는 자세로 고치고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100%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하지만 공은 움직이고 선수도 같은 장면을 계속 만들어갈 순 없다"면서 "순간 상황마다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 배우고 보완해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부족한 점은 고쳐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들고 나온 스리백을 두고는 "본선에서는 우리보다 강한 팀들을 만난다. 스리백 활용을 써야 할 시점이 있다. 그래서 실험해봤다"며 "오늘 선수들의 활약은 칭찬하고 싶다. 수비에 치중하다보면 공격이 무뎌질 수 있다. 공격적으로 나서면 수비 무게가 약해지는 차이가 있다. 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 수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수비라인을 내리고 무게 중심을 둔 만큼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고 했다.
신 감독은 마지막 멘트의 통역이 끝나자 사회자의 마무리가 끝나기 전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긴 채 그대로 자리를 떴다. 승리했으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밤이었다.
한편, 요른 안데르센 북한 감독은 "선수 개개인, 국가적으로 특별한 승부였다. 전체적으로 위축된 감이 있었다"며 "한국 축구가 아주 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앞선 경기에서 6명의 선수들이 바뀌었지만 체력, 개인 기량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 전개가 굉장히 어려웠다. 월드컵에서도 열심히 뛴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