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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회 일왕배 주인은 윤정환 감독과 A대표팀 수문장 김진현의 세레소 오사카였다.
한국 축구의 역사도 어느덧 100년의 역사를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할 만한 대회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FA컵, 유구한 역사를 상징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대회 방식이 바뀌기 일쑤였고 텅빈 관중석은 이제 '흥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ACL 출전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웃지못할 꼬리표까지 뒤따라다닌다. 초라하기만 한 대회를 두고 '한국 축구 최고 권위의 대회'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조차 쉽지 않다.
'역사의 파편'도 여전히 흩어져 있다. 1921년 개최된 '전조선축구대회'나 1935년 경성축구단의 일왕배 우승, 1936년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 준우승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할 만한 사건들은 수두룩했지만 이를 제대로 한데 모으지 못했다. 1946년 조선축구협회가 창설해 2000년까지 명맥을 이어온 전국축구선수권 역시 2001년 FA컵에 '통합' 됐으나 그동안의 역사는 분리되어 있는 등 산재된 모습이다.
일왕배의 97회 역사도 결국 '기억의 조각'에서 출발했다. '전일본축구선수권'으로 시작됐으나 메이지신궁대회, 동서대항전, NHK트로피 등 각종 대회와 합병, 분리 등을 계속해왔다. JFA는 이런 흐름을 모두 일왕배의 한 부분으로 포용하면서 역사를 만들었고 스스로 최상위 대회라는 권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시작이 반이다. 최고 권위의 FA컵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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