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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우려 국면에 접어들면서 축구 선수, 감독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호주머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축구 산업의 본고장 유럽에선, 중단된 리그 재개 소식은 살짝 뒷전으로 밀렸다. 대신 관련자들의 연봉 삭감을 두고 경영진과 선수 직원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액 연봉 선수들의 임금을 줄이는 게 맞다는 쪽으로 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선수 측에선 돈많은 구단주들은 희생하지 않고 왜 선수들과 직원들에게만 고통 분담을 강요하느냐고 맞서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경기를 안 하면 클럽에 현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는다. 유럽 클럽들의 임금 지불은 주간 단위로 돌아간다. 구단 마다 재정 상황은 다르지만 현금을 통장에 쌓아놓고 살지 않는다. 톱 클래스 선수들의 수억원에 달하는 주급을 주기 위해선, 매주 경기가 열리고 홈 경기장이 가득차야 짜놓은 자금 흐름 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리그 중단으로 당장 입장권 수입이 없다. 중계 계약을 한 방송사들은 중계권 지불을 미루거나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V 중계권료는 일시불로 구단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몇번으로 나눠서 주는 게 통상적이다.
이러다보니 결국, 구단들은 가장 손쉽고 절감 효과가 큰 선수단 연봉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 명료하다. 경기수가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고 따라서 선수들의 노동일수가 줄기 때문에 연봉 삭감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선수들 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사령탑들도 연봉을 줄이는 움직임이다. 클럽 뿐아니라 국가대표 감독도 자진 삭감하거나 또는 삭감안에 동의하고 있다. 잉글랜드 A대표팀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임금 30%를 줄이기로 했다. 그의 연봉은 300만파운드(약 46억원)이고, 15억원 정도가 삭감된다. EPL 본머스 에디 하우 감독도 삭감 폭은 정하지 않았지만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의 연봉은 400만파운드(약 61억원)다. 옛 이란 사령탑으로 우리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포르투갈 출신 케이로스 콜롬비아 A대표팀 감독도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얼마를 줄일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 힘나시아 감독도 연봉을 줄인다. 아시아에선 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일본 출신 니시노 감독(연봉 7~8억원 추정)이 연봉 50%를 덜 받기로 했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이것을 두고 베트남 한 매체는 '박항서 감독도 스스로 연봉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럼 K리그 개막이 잠정 연기돼 언제 오픈할 지 기약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K리그는 유럽축구와는 돈의 흐름이 많이 다르다. 클럽들이 모기업, 시도지자체에 크게 의존한다. TV 중계권이나 입장권 수입 비율이 매우 낮다. 또 리그 개막이 미뤄지고 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만약 경기 수가 줄면 손실이 발생해 처지가 달라질 수는 있다. K리그 한 관계자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나.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없는 것 같다. 서로 눈치 보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3월 A매치를 못해 바로 장부에 구멍이 생긴 대한축구협회도 비슷한 분위기다. 협회는 실장급 이상 임원들의 연봉을 줄였다. 6월 A매치도 어렵다는 분위기다.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는 벤투 A대표팀 감독의 연봉을 어떻게 할 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의 연봉은 25억원(추정) 정도로 알려져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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