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리그1 전북 부활의 동력은 '데이터사이언스' 그리고 열린 포옛

기사입력 2025-07-31 08:08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4라운드 광주FC와 전북현대의 경기. 1대2로 이겨 20경기 무패 행진을 기록한 전북현대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2025.7.26 daum@yna.co.kr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북 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4라운드 광주FC와 전북현대의 경기. 전북 거스 포옛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5.7.26 daum@yna.co.kr
[전주=연합뉴스]
지난해 10위 추락 '수모'…올 시즌에는 20경기 연속 무패 행진 '선두 질주'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31일 프로축구 K리그1 순위표 최상단에는 전북 현대가 자리 잡고 있다.

승점 54를 쌓아 2위권의 김천 상무, 대전하나시티즌(이상 승점 39)에 15점이나 앞서 있다.

지난 주말 광주FC와 원정 경기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티아고의 극적인 헤더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둬 무려 20경기째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 흐름을 후반기에도 이어간다면, 전북은 4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K리그1 우승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지난해 강등 직전까지 추락했던 전북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초 지휘봉을 잡아 다시금 K리그의 '절대 1강'으로 탈바꿈시킨 거스 포옛 감독의 지도력만큼이나 구단의 업그레이드된 선수단 관리 능력에도 시선이 쏠린다.

◇ '서른다섯' 홍정호도 회춘시킨 '데이터사이언스'

하위권에서 헤매던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전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선수들의 '활력'이다.

부상 선수가 크게 줄었고,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강도도 달라졌다.

부상 등으로 빠지지 않고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선수 가용률'에서 전북은 올 시즌 93%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시즌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달라진 전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가 35세의 베테랑 센터백 홍정호다.

지난 시즌 확연히 에이징 커브에 들어선 듯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올 시즌 '회춘'하기라도 한 듯 빼어난 경기력으로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다.

햄스트링이 상태가 완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전진우는 보란 듯이 리그 득점 랭킹 1위를 달린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전북 구단이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데이터사이언스'가 있다.

K리그 구단들이 GPS 조끼와 심박계 등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얻은 데이터를 훈련과 경기 준비에 활용하기 시작한 건 10년도 더 된 얘기다.

전북 구단은 이런 스포츠 과학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해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여지를 포착했다.

그간 수집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들은 각 담당 스태프가 분산해 활용했다.

해당 스태프가 팀을 떠나면 구단이 데이터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전북은 지난해 12월 인력을 충원해 이런 데이터들을 한데 모아 보다 양질의 정보로 가공하는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출범시켰다.

◇ "데이터 신뢰하는 포옛 감독 덕에 부상률 낮아져"

데이터사이언스팀은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객관적 데이터는 물론이고, 선수들이 직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얼마나 그날 훈련이 힘들었는지, 얼마나 회복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수를 매겨 입력하는 주관적 데이터까지 모두 모아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한 자료를 만들어 포옛 사단에 제공한다.

포옛 사단 스태프들은 데이터사이언스팀과 머리를 맞대고 각 선수의 몸이 얼마나 지쳐있는지 파악하고 최적의 훈련량을 고민한다.

데이터가 아무리 유용해도, 팀 운영의 전권을 쥔 포옛 감독이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다행히 포옛 감독은 데이터사이언스팀과 피지컬·의무 관련 스태프들의 조언을 존중하는 '열린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다.

예를 들어 의무 트레이너가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의 생체 신호를 훈련 중 태블릿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체크하다가 데이터사이언스로 도출된 훈련량의 상한선에 다다랐다고 판단하면 이를 알리고, 포옛 감독은 이를 반영해 변화를 준다.

데이터사이언스팀의 관계자는 "의무팀의 판단을 포옛 감독님께서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 주셨기에 선수단 부상률을 낮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데이터 활용해 유스 육성, AI 도입까지…앞서나가는 전북

데이터사이언스가 선수단 운영에 끼친 긍정적 영향에 고무된 전북은 앞으로 이를 유소년 육성 등 여러 분야에 확대 적용하려고 한다.

선수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유소년 선수 육성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유스팀인 금산중, 영생고에서 6년간 기록한 각 유망주의 데이터와 전북 1군에서 성공한 선수들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포지션을 조언하거나 성장의 궤적을 분석해 프로 계약 시점을 결정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그날그날 선수가 다치지 않으면서도 오래 훈련할 수 있는 최적의 훈련량을 도출해내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구상한다.

마이클 김 디렉터와 손잡고 데이터 사이언스 도입을 추진해온 이도현 단장은 "전북이 '아시아 리딩 구단' 지위를 지킬 수 있도록 운영을 시스템화하겠다는 큰 목표 아래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 데이터 사이언스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거둔 소득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진짜 열매는 10년 후에나 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ahs@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