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올해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5월이었다. 2024~2025시즌 토트넘 주장으로 유로파리그(UEL)에서 정상에 올랐다. 토트넘에는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이후 17년 만의 환희를 선물했다. 유럽대항전은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의 우승이었다.
그는 정상에서 이별을 선택했다. 토트넘과의 10년 동행이 8월 막을 내렸다.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둥지를 옮겼다. MLS 역대 최고 이적료가 경신됐다. LA FC는 손흥민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2650만달러(약 384억원)를 토트넘에 지급했다. 연봉은 1115만달러(약 162억원)로 2045만달러(약 296억원)인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 그 다음이다. LA FC에선 독보적이었다.
LA FC는 손흥민의 세상이었다. 손흥민의 전과 후가 달랐다. 존재감이 폭발했다. 동부에는 메시, 서부에는 손흥민이라는 등호가 성립됐다.
LA FC는 25일(이하 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LA FC의 8번째 시즌은 한 시대의 끝(스티븐 체룬돌로 감독 사임)과 새 시대의 시작(손흥민 영입), 새로운 최다 득점자(드니 부앙가)의 지속적인 활약, 그 밖의 잊을 수 없는 추억들로 채워졌다. 모든 것을 시간순으로 정리한다'며 2025년 '10대 최고의 순간'을 공개했다. 손흥민이 10대 순간 중 3개를 장식했다.
LA FC SNS
AFP 연합뉴스
출발은 '손흥민 계약'(SON SIGN)이다. LA FC는 '8월 6일, 글로벌 아이콘이자 세계 축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손흥민의 영향력은 즉각적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이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021~2022시즌)인 그는 이적 발표 3일 만에 시카고를 상대로 MLS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 주에는 첫 어시스트를,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는 첫 골을 기록했다. FC댈러스를 상대로 넣은 그의 데뷔골은 MLS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손흥민은 2025년 한 해 동안 (플레이오프 포함) 단 13경기에서 12골 4도움을 기록하며 68.9분마다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는 MLS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그가 LA와 LA FC 커뮤니티에 미친 영향은 그보다 훨씬 컸다'고 평가했다.
'부앙가와 손흥민의 비상(BOUANGA AND SON TAKE FLIGHT)'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LA FC는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춘 지 6주 만에 손흥민과 부앙가는 17연속골을 합작하며 MLS 최다 연속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18골까지 늘었다. 손흥민이 합류한 이후 LA FC는 9승4무2패를 기록했고, 손흥민과 부앙가는 15경기에서 25골 8도움을 합작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AP 연합뉴스
LA FC의 포스트시즌 여정은 지난달 23일 멈췄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팬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2025년 MLS컵 플레이오프(PO) 서부 컨퍼런스 4강전서 후반 만회골과 동점골을 터트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승부는 30분 연장 혈투에도 나지 않았다. 명암은 승부차기에서 엇갈렸다. 손흥민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했고, LA FC는 3-4로 패했다.
LA FC는 '손흥민이 이끌었다!'(SON DELIVERS!)로 10대 명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구단은 '전반 45분 만에 LA FC의 시즌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0-2로 뒤지던 LA FC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맹공을 펼쳤다. 손흥민이 후반 15분 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향한 희망을 되살렸다. 이어 추가 시간에는 페널티 지역 밖에서 얻은 프리킥으로 동점골로 연결했다'며 '비록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손흥민의 믿기 힘든 프리킥골은 2026년 이후 클럽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