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감독 선임 등 굵직굵직한 '오피셜'은 타 구단의 눈치를 본다. 구단 관계자들간에는 비밀리에 교통정리를 하기도 한다. 화제성에서 밀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시대가 또 달라졌다. K리그가 역대급 성탄절을 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K리그1 4개 구단과 K리그2 2개 구단 등 6개 구단이 감독 선임을 일제히 발표했다. '1일 6오피셜'은 사상 최초일 정도로 파격 또 파격이었다. 전북 현대, 울산 HD, 제주 SK, 수원 삼성 등 1, 2부 리그를 대표하는 기업구단들이 동시에 칼을 빼들어 더 눈길을 끌었다. 각 구단들은 표면적으로는 이미 '단독 기사'들이 나와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도 했다.
다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오피셜'도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감독 선임부터 밀리면 스토브리그 선수 영입 경쟁에서 '헤게모니'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시간도 없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추춘제를 채택하고 있어 휴식기가 짧다. ACL 엘리트의 경우 내년 2월 10일 재개된다. 새해가 열리면 곧바로 국내외 전지훈련을 떠나야 하는데 크리스마스 전에는 코칭스태프 조각이 완성돼야 발빠르게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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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인스타그램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1부 잔류에 성공한 제주가 오전 9시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벤투 사단의 전략가'인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52) 선임을 발표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는 1부의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으로 K리그를 누빌 예정이다. 코스타 감독은 "2018년부터 시작한 한국에서의 삶은 정말 최고였다. 한국을 떠난 뒤 사람, 생활, 음식 모든 부분이 다 그리웠다"고 고백했다.
오전 10시에는 1부 승격에 실패한 수원 삼성이 드디어 이정효 감독(50) 카드를 꺼내들었다. 광주FC에 환희를 안긴 이정효 감독은 1부가 아닌 2부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수원 삼성은 이정효 감독이 내건 모든 조건을 받아들였다. 10명이 넘는 '사단'이 한 번에 움직인 것은 K리그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선수들도 대폭 정리하며 사전 정지 작업도 끝냈다. 2027년 K리그1 참가팀 수가 12개팀에서 14개팀으로 확대되면서 내년 2부에선 최대 4개팀이 승격된다. 울산의 러브콜을 받은 이정효 감독이 수원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은 밑질 것이 없는 새 출발이라는 평가다.
◇사진제공=울산 HD
'현대가의 두 축'인 전북과 울산은 각각 오후 2시대에 정정용 감독(56)과 김현석 감독(58) 선임을 공개했다. 4년 만의 K리그1 정상 탈환에 성공한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이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정정용 감독은 '혁신과 성장의 2.0 시대'를 위한 설계자라고 설명했다. 정정용 감독은 "포옛 감독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 나만의 디테일을 더해, 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효 감독에 이어 김도균 서울이랜드 감독, 서정원 전 청두 룽청 감독의 영입에 실패한 울산은 '레전드의 귀환'을 화두로 내세웠다. 김현석 감독은 현역 시절 울산의 원클럽맨이었다. 그는 "기대보다 걱정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쉽지 않더라도 해내야 하는 임무다. 젊음과 축구 인생 대부분을 보낸 울산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뒤이어 이정효 감독을 떠난 보낸 광주가 이정규 전 이랜드 수석코치(43)를 새 사령탑으로 발탁했다. 2부로 강등된 수원FC는 김은중 감독과 이별하고 박건하 전 수원 삼성 감독(54)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