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왕조' 울산 HD의 지휘봉을 잡은 김현석 감독의 목소리에는 '신'이 넘쳤다. "요즘 하루에 2~3시간도 못 자는 것 같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지만 여기는 울산 HD다. 울산은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팀은 아니지 않느냐. 현재는 울산이 있을 위치가 아니다. 올해는 9위를 했지만 늘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3강 안에선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 리그 운영을 해야 한다."
김현석, 울산 레전드의 귀환이다. 그는 현대호랑이 시절인 1990년 프로 데뷔, 군 복무와 J리그 한 시즌을 제외하고 12시즌을 함께했다. 373경기에 출전해 111골-54도움을 기록했고, '가물치'라는 별명은 그의 전매특허다. 1996년에는 MVP(최우수선수상), 1997년에는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지도자 생활도 울산에서 시작했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이제서야 '사령탑의 끈'이 연결됐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HDFC vs 제주SKFC/ 울산 단체/ 팬들 앞에서 고개숙인 선수단/ 사진 김정수
◇사진제공=울산 HD
울산은 지난해 3년 연속 K리그1을 제패하며 '왕조의 문'을 열었다. 올해는 시즌 전 K리그는 물론 코리안컵까지 '더블'을 목표로 내걸었다. 뚜껑이 열리기 전 우승 후보 '0순위'였다.
하지만 '둥근 축구공'은 울산을 처참하게 찢었다. K리그1에선 1위에서 9위(승점 44·11승11무16패)로 몰락했다. '잔류 당했다'는 표현이 울산의 현실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위해선 결국 변해야 한다. 김 감독도 울산의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루빅손, 엄원상을 비롯해 이청용 정우영 김민혁 등이 울산을 떠난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김 감독은 "서른살 이상의 선수가 거의 절반이다. 팀이 더 젊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선수들을 보강하겠지만, 기존에 있는 선수들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이라 생각한다"며 "구단, 코치진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영입할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면은 상관없는데 대부분이 (다른 팀과) 계약이 돼 있는 선수들이다. 최대한 빨리 (선수단) 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문수경기장/ K리그 클래식/ 울산현대축구단 vs 광주FC/ 김현석/ 레전드데이/ 선수단 격려/ 사진 이연수
수원월드컵경기장/ K리그2/ 수원삼성블루윙즈 vs 전남드래곤즈/ 전남 김현석 감독/ 사진 정재훈
사분오열된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코치진 구성은 사실상 완료됐다. 일본 J리그 사령탑 출신이 수석코치로 김 감독을 보좌할 예정이다. 울산 출신의 곽태휘 등도 합류한다. '관리형'에 방점을 두고 있다. 활발한 소통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김 감독은 "선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코칭스태프도 울산 출신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서 접촉을 했다. 선수단 관리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강원도 삼척 출신인 김 감독은 울산이 제2의 고향이다. 충남아산, 전남 드래곤즈 등에서 일하기 위해 떠나 있었을 때도 '집'은 울산에 있었다. 그는 "고향에서 산 것보다 울산에서 2배 정도 더 살았다. 가족들도 무척 좋아한다"며 웃었다.
새해가 열리면 '김현석호'가 본격 닻을 올린다. 울산은 내년 1월 6일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다. 감독 데뷔전은 2월 11일 멜버른시티(호주)와의 2025~2026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7차전이다.
"머리만 대고, 눈만 감으면 막 멜버른이 떠오른다. 때론 '멜론'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막 그런다(웃음). 젊음과 축구 인생 대부분을 보낸 울산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