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4 렉스턴의 첫 인상은 작은 탱크 같은 당당함이었다. 수입 대형 SUV에서 느낄 법한 웅장함은 쌍용자동차가 이 차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직감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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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위해 G4 렉스턴의 운전석에 앉자 주차장의 차들이 모두 눈 아래에 놓일 정도로 차체가 높다. 좌석의 시야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야각이 좋아 운전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회전할 때 휘청거릴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며 핸들을 급하게 꺾어 봤지만 휘청거림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차체의 무게 중심이 높지는 않다는 것을 직감하게 했다.
거리로 나가자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눈길이 쏟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G4 렉스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고스란히 입증했다.
하지만 직접 운전을 해 본 결과 엔진 배기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민첩함을 보여줬다.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져 매끄럽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여기에 고속도로에서는 한 마리의 거친 황소가 달리듯 거침없이 속도를 끌어올리며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시승 뒤 계기판에 찍힌 평균 연비는 고속도로와 시내 주행을 병행한 결과 10.8㎞/ℓ. 공인 연비 자체가 차체의 크기와 타이어사이즈, 배기량을 생각해도 우수한 10.5㎞/ℓ(2WD 기준)인데 이보다 오히려 우수하게 나와 연비에 대한 부담은 적게 느껴졌다.
차량을 선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체크 포인트가 바로 실내 인테리어다. 사실 쌍용자동차의 실내 인테리어는 지난 몇 년간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며 최신형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생긴 것이 사실. 워낙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살펴봤다고는 하나 G4 렉스턴의 실내 인테리어는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러웠다. 손길이 가는 곳마다 느껴지는 부드러운 탄성의 우레탄 소재는 운전자에게 포근함을 선사했고, 9.2인치의 시원한 액정을 통해 조작하는 다양한 기능은 운전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특히 DMB 방송을 HD 화면으로 즐길 수 있어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운전자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패밀리카인 만큼 뒷자리 공간도 중요하다. 직접 앉아보니 성인 3명이 앉아도 불편하지 않을 넉넉함에 우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에 뒷자리에서도 각종 부가 기능을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배치해 편리성을 높였다.
디젤 SUV 하면 소음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G4 렉스턴은 플래그십 모델답게 빼어난 방음 성능을 자랑했다. 주행 중 라디오 볼륨을 키우지 않고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외부 소음이 크지 않았으며, 차량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 역시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G4 렉스턴이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것은 분명 아니다. 아직은 실내 인테리어 곳곳에서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고, 외형적으로도 요즘 트렌드인 세련미 보다는 투박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여성 운전자들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게 된다.
그럼에도 G4 렉스턴은 쌍용자동차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린 수작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티볼리로 쌍용자동차의 이미지를 새롭게 했다면 G4 렉스턴으로 쌍용자동차 마니아층을 다시 한번 결집시키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G4 렉스턴은 고가(3350만~4510만원)의 차량이다. 하지만 직접 운전을 해 보면 가격이 성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쌍용자동차가 가성비를 생각하며 G4 렉스턴을 완성시켰다는 의미다.
이제 쌍용자동차에게 남은 숙제는 얼마나 많은 소비자에게 G4 렉스턴의 매력을 제대로 그리고 임팩트 있게 전달해 판매량을 확 끌어올리느냐는 것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