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햄버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시장 상륙이 본격화됐다.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특성상 수익률이 높은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엑시트(투자회수)조건만 맞는다면 보유 브랜드의 매도와 매수가 이뤄지는 게 가능하다. 언제든지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서 활약 중인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와 '새주인 찾기'에 한창이다. 국내 햄버거 시장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1년 이상 매물로 시장에 나왔지만 브랜드 보유 사모펀드 및 기업의 목표 매각가와 시장에서 예상하는 실질거래가의 캡이 커 새주인 찾기는 안갯속이다.
▶ 이미 시작된 지각변동, 시장 반응은 미지근
일단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매물로 내놓은 사모펀드와 기업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과 일본의 버거킹 지분 100%를 보유한 홍콩계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2021년부터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손을 뗐다. 1조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인수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몇 사모펀드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버거킹의 2022년 매출은 7574억원으로 지난해 6784억원보다 800억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249억원보다 줄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매출만 놓고 보면 버거킹이 한국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질적인 매각가는 당초보다 낮아진 7000억원 중반 정도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KFC는 새주인 찾기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계열사를 통해 KFC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KG그룹은 올해 초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에 KFC코리아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프랜차이즈업계 예상금액인 1000억보다 30~40%가량 낮은 600억~700억원 안팎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KFC측은 "현재 매각을 위한 세부 조항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는 그동안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됐던 KFC를 직영점 및 가맹점으로 운영, 국내 햄버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통한 2021년 기준 KFC의 매장은 전국 직영점 201곳이다. 맘스터치(1351개), 롯데리아(1326개), 버거킹(440개)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 물밑 협상은 계속된다지만, 쉽지 않은 '새주인 찾기'
프랜차이즈업계 안팎에선 KFC의 M&A가 마무리 된 이후 다음 타자가 누가 될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사모펀드는 투자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물밑 협상은 한창이지만 매각을 위한 가격 차이를 좁히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최근 사례를 보면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실질적 매각가는 원매자의 목표금액보다 20~30%가량 낮게 형성되는 추세다.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햄버거 시장이 수제버거와 글로벌 신규 브랜드 가세로 인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수익성 확대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대기업 오너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이 시작됐고, 추가로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며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지만 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소비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원활한 매각을 위해선 당초 예상했던 매각 목표가격 조정이나 제값을 받기 위한 실적 개선 등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