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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샤워는 5분 이내로 협조 부탁드립니다."
경포해수욕장 피서객들이 모래가 붙은 발을 씻는 용도로 설치해 놓은 수돗물이 나오는 2개의 수도꼭지는 아예 빼 버렸다.
경포해수욕장 북쪽 공중화장실에도 저수율 25% 미만으로 떨어지면 폐쇄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심각한 가뭄이 좀처럼 해갈되지 않는 가운데 강릉시 주 상수원의 저수율이 또다시 점점 내려가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강릉에는 13∼20일 128.2㎜(기상자료 개방포털)에 불과, 상대적으로 적은 비가 내려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29일 현재 저수율은 33.8%로 평년 같은 기간의 68.0%, 작년 같은 기간 55.7%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 14일 한때 26.7%까지 떨어졌던 저수율이 비가 내린 뒤 23일에는 36.7%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저수지 물은 다시 줄어들고 있다.
시민 최모(60)씨는 "오봉저수지를 직접 올라가 보니 맨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등 생각보다 가뭄이 매우 심각한 걸 알게 됐다"며 "실제 상황을 보고 난 뒤 저절로 물을 아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뭄 장기화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임시휴장에 들어간 공공수영장 휴장도 길어지고 있다.
강릉시청 등 공공기관의 수돗물 수압은 물이 졸졸 나올 정도로 약하게 해 놨다.
또한 지난 26일부터 8월 17일까지 강릉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처음으로 야심차게 선보일 예정이던 하루 최대 1천600명 수용 규모의 어린이 실내 물놀이장인 '2025 강릉썸머아레나' 개장도 아쉬움 속에 잠정 연기했다.
시 관계자는 "실내 물놀이장 개장 문의가 이어졌으나 고심 끝에 연기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기상 여건 및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 바로 개장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물관리를 담당하는 부서 직원들이 대관령에서 간절함을 담아 두차례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처럼 저수율이 다시 하락하는 상황에서 물 사용량이 많은 피서 절정기 '7말·8초'를 맞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반가운 비소식이 없는데다 1천실 규모의 대형 리조트가 새로 문을 열고 밤에는 초열대야, 낮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무더위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yoo2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