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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란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사전 자기 지도 학습'을 하도록 한 뒤에 수행할 작업을 특정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하는 AI 모델이다. 사용자는 번역이든, 계산이든, 이미지 생성이든 원하는 목적과 용도에 맞게 '미세 조정'만 가하면 파운데이션 모델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범용성과 실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인데, 개발 단계에서 천문학적 데이터와 비용이 필요하므로 일개 기업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을 위한 전폭적 지원 의지를 드러낸 건 긍정적이다. 다만 과거 개발경제 시대처럼 정부 주도가 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든든한 지원자로 남고 선두에는 기업이 서도록 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요구하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낡은 제도 개선 등에 시의적절하고 성실히 응답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혁신을 이루려면 국회도 발 빠른 입법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낡은 이념이나 정치적 법안을 놓고 정쟁에 매몰되기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미래에 우리 청년과 아이들이 먹고살 식량은 쌀이 아니라 AI,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이다. AI 혁명은 대한민국에 남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메모리 반도체도, 배터리도, 자동차도 후발 주자들에 경쟁력이 밀리는 건 결국 시간 문제란 전망이 많다. 그런데 아직 AI 산업에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없는 건 자동차 강국이 되겠다면서 심장인 엔진을 수입해 조립하려는 격이다. 특히 사람들의 AI 활용은 자료 수집과 챗봇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정 체크, 이메일 교환, 데이터 분석 등 웬만한 업무를 비서처럼 해주는 'AI 에이전트'를 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 비서처럼 함께 일할 AI 에이전트가 존재하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수 조건이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운용과 AI 에이전트 상용화를 위해선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전력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선 화력, 원자력, 수력, 재생 전력 등 발전 공급망의 우선순위 재설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4대 빅테크가 미래 전력 조달 차질을 우려해 원전을 통한 전력 공급 계획을 확대 중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요 원자력발전소들과 전력 구매 장기 계약을 했고, 이에 따라 일부 멈춰 있는 원자로가 재가동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과 구글은 아예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