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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어서 태어나길, K-파운데이션 모델!

기사입력 2025-08-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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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목표를 향해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할 5대 컨소시엄으로 선정한 것이다. 15개 신청팀을 압축한 결과다. 열망은 크지만, 아직 독자적 거대언어모델(LLM)도 없고 AI 생태계도 빈약한 상황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이들 컨소시엄에 데이터 구축은 물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컴퓨팅 자원, 관련 인재 등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 아직 프로젝트 경연이 끝난 건 아니다. 이들 팀이 개발한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지원 대상을 계속 하나씩 줄여나감으로써 최종 한두 팀만 남길 계획이다. 정부 목표는 챗-GPT 4 같은 최신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에 거의 육박하는 성과물을 내놓을 팀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란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사전 자기 지도 학습'을 하도록 한 뒤에 수행할 작업을 특정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하는 AI 모델이다. 사용자는 번역이든, 계산이든, 이미지 생성이든 원하는 목적과 용도에 맞게 '미세 조정'만 가하면 파운데이션 모델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범용성과 실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인데, 개발 단계에서 천문학적 데이터와 비용이 필요하므로 일개 기업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을 위한 전폭적 지원 의지를 드러낸 건 긍정적이다. 다만 과거 개발경제 시대처럼 정부 주도가 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든든한 지원자로 남고 선두에는 기업이 서도록 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요구하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낡은 제도 개선 등에 시의적절하고 성실히 응답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혁신을 이루려면 국회도 발 빠른 입법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낡은 이념이나 정치적 법안을 놓고 정쟁에 매몰되기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딥시크 쇼크'로 상징되는, 경쟁자 중국의 AI 굴기를 보면 우리 마음은 더 급해진다. 딥시크는 챗GPT-4에 조금 못 미치는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무료 배포된 데다 소스까지 공개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이 GPU와 AI 칩을 비롯한 각종 첨단 부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견제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게다가 딥시크의 추격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이 준수한 거대 AI를 잇달아 내놓으며 미국을 바짝 쫓는 원동력은 전체주의 특유의 집중적 정부 지원이다.

미래에 우리 청년과 아이들이 먹고살 식량은 쌀이 아니라 AI,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이다. AI 혁명은 대한민국에 남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메모리 반도체도, 배터리도, 자동차도 후발 주자들에 경쟁력이 밀리는 건 결국 시간 문제란 전망이 많다. 그런데 아직 AI 산업에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없는 건 자동차 강국이 되겠다면서 심장인 엔진을 수입해 조립하려는 격이다. 특히 사람들의 AI 활용은 자료 수집과 챗봇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정 체크, 이메일 교환, 데이터 분석 등 웬만한 업무를 비서처럼 해주는 'AI 에이전트'를 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 비서처럼 함께 일할 AI 에이전트가 존재하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수 조건이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운용과 AI 에이전트 상용화를 위해선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전력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선 화력, 원자력, 수력, 재생 전력 등 발전 공급망의 우선순위 재설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4대 빅테크가 미래 전력 조달 차질을 우려해 원전을 통한 전력 공급 계획을 확대 중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요 원자력발전소들과 전력 구매 장기 계약을 했고, 이에 따라 일부 멈춰 있는 원자로가 재가동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과 구글은 아예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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