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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당장 눈앞에 없는 같은 집단의 동료 등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으로 추적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을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크리스 크루페니 교수팀은 20일 영국 왕립학회지 B: 생물과학(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서 다양한 실험으로 유명한 보노보 '칸지'(Kanzi)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숨바꼭질(hide-and-seek) 실험에서 유인원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 동료나 사육사 등을 마음속으로 추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칸지는 1980년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여키스(Yerkes) 필드 스테이션에서 태어난 보노보로, 언어, 인지기능, 도구 제작, 사회적 행동 연구 등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많이 내놔 동물인지과학에서 전설로 불린다. 칸지는 지난 3월 18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비영리 영장류 보호시설 에이프이니셔티브(AI)에서 사망했다.
크루니페 교수는 "사람들은 인간이 수많은 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인지적 도구가 인간처럼 극도로 사회적인 종에서만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에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을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유인원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인원에게도 사회적 세계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인간처럼 중요한 사회적 파트너들을 마음속으로 추적하고 있을 거라는 강한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칸지를 대상으로 익숙한 사람이나 물체를 숨기고 칸지가 이를 마음속으로 추적하고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숨바꼭질 실험을 했다.
칸지에게 사육사 두 명 중 한 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 속 사람과 실제 숨은 사람을 정확히 연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거나, 사람이 숨는 과정을 가려 못 보게 한 뒤 칸지가 머릿속 표상을 이용해 그를 추적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등의 실험이다.
또 칸막이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 '하이, 칸지'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목소리만으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했다.
실험 결과 칸지는 최소 두 명의 숨겨진 행위자의 위치와 정체성을 시각적·청각적 신호를 통합하는 다중 양식적 표상'을 활용해 동시에 마음속으로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루스 카르바할 연구원(박사과정)은 "칸지는 매우 빨리 과제를 이해하고 잘 수행했다"면서 "칸지는 사육사를 얼굴 사진뿐 아니라 목소리로도 식별했는데, 이는 보노보에게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능력"이라고 말했다.
크루페니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칸지가 개인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마음속으로 이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들리는지,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해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출처 :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Christopher Krupenye et al., 'Mental representation of the locations and identities of multiple hidden agents or objects by a bonobo',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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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