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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반성하나"…납북귀환 어부, 국가 배상 판결에 분통

기사입력 2025-08-21 15:14

[촬영 류호준]
[촬영 류호준]
법원, 국가 불법 행위 대부분 인정했지만 위자료는 산정 기준 따라 책정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납북됐다가 간첩으로 몰려 국가배상 소송을 낸 납북귀환 어부들이 법원 판결과 피고 측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김종헌 지원장)는 21일 납북귀환 어부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10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액수를 구금 기간 등에 따라 납북귀환 어부 당사자는 4천여만원,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은 500만∼1천500만원 안팎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 구타, 고문 등 가혹 행위, 위법 수집 증거에 기초한 형사 처벌, 장기간 감시와 사찰 등 원고들이 주장한 불법 행위 대부분이 인정된다"며 "불법 행위로 어부들과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어부들은 소송 1건당 5억원 안팎의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그 금액에는 크게 못 미쳤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가해자가 돼 국민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어부들이 출소 이후에도 전과로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점, 구금 일수 등 불법 행위 정도와 피해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총장 명의 사과문 게재 요청은 "대검찰청이 납북귀환 어부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면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보도 자료 등을 배포한 바 있다"며 "형사보상법에서 별도 명예 회복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과문 게재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김종헌 지원장은 판결에 앞서 납북귀환 어부들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김 지원장은 "재판부에서 화해권고결정 등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실을 이루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통상적인 위자료 산정 기준과 형평의 원칙 등을 두루 고려해 합리적이고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자료 액수를 떠나 남북 귀환 어부들과 그 가족들의 피해 사실이 법원 판결로 명확히 인정돼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었다는 점에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면 좋겠다"며 "어부들과 가족들이 뒤늦게나마 명예와 피해를 보상받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시민모임 측은 재판을 마친 뒤 위자료 액수 등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앞서 재판부가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으나 피고 측에서 이의신청한 점 등을 두고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구금 일수를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을 방해하는 정부의 2차 가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신속한 권리구제를 방해하는 행태를 중단하라"며 "국가 측에 이번 판결선고에 대한 상소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속초지원에서는 이날 선고한 승운호 선원을 비롯해 동해안 납북어부 사건과 관련한 국가배상 소송이 50여건 진행 중이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곡 서치원 변호사는 "현재 대한민국 법상 위자료 산정이 굉장히 불투명하고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며 "피고 대한민국을 대리하는 측은 진정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자세를 가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ryu@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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