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鄭 "부덕의 소치"라며 유감 표명하면서도 金에 직접 사과는 안 해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곽민서 기자 = 여야가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키로 합의했다가 민주당이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갈등이 11일 이례적으로 표면화됐다.
당과 원내를 각각 책임지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이상 기류는 그동안에도 물밑에서는 감지됐으나,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것이 강경파 반발로 뒤집히는 상황에서 정 대표까지 가세하자 김 원내대표가 "사과하라"는 말까지 꺼낸 것이다.
발단은 정 대표의 이날 오전 공개 발언이다.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협상에 대해 "내란당과 왜 그런 합의를 하느냐"는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정 대표는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자신도 당황했다면서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 원내대표 측에서는 "(정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반발이 나왔다.
문금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내 지도부 합의 전 정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보고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협의) 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간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에 대해 "몰랐다"며 "정부 조직과 내란 진실 규명을 어떻게 맞바꾸냐.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사실상 질타하자 김 원내대표가 더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앞서 친명계인 김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처리에 대한 국민의힘의 협조를 받은 조건으로 특검법 수정에 잠정 합의했을 때 이 대통령의 협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 나왔는데 이 대통령이 오히려 당 강경파에 힘을 실어줬다.
김 원내대표는 마치 자신이 '단독 행동'을 한 것처럼 국면이 전개되자 해명에 나섰다. 이날 오전에는 전날 합의를 합의가 아닌 '협의'라고 표현했으며 이후 페이스북에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적었다.
자신이 독단적으로 합의한 게 아니라 국민의힘과 협상 과정에서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협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 대표가 자신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그는 이날 정 대표가 의원총회 전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도 불참한 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청래가 사과하라고 하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 대표 측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협상 책임자로, 지도부와 소통은 하지만 구체 내용까지 세세하게 공유하지는 않는다"며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수사 기한 연장이 빠질 줄은 몰랐다"는 말이 나오는 등 책임 공방 양상도 연출됐다.
일부 당원들이 문자 폭탄에서 더 나아가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사퇴 촉구 시위 움직임도 이는 등 당내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자 정 대표는 수습 모드에 들어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당 대표인 제 부덕의 소치로 당원과 의원,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사과하진 않았다. 의원총회 시작 때 먼저 도착해 있는 김 원내대표를 보고 몸을 감싸 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신상발언 격으로 여야 협의 내용을 전하며 전후 사실관계를 제대로 모르면서 비난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번 갈등을 계기로 투톱 간의 그간 이상 기류도 재조명되고 있다.
8·2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정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5일 김 원내대표가 앞서 국민의힘과 합의한 국회 윤리특별위 여야 동수 구성안에 제동을 걸면서 합의를 번복했다.
이를 두고도 당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별도로 선출되는 투톱 관계인데 정 대표가 원내 문제에 월권한다는 지적이 당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최근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누가 할지를 두고도 신경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통상 교섭단체 연설은 대표와 원내대표가 번갈아 한다. 올해 2월 교섭단체 연설을 당시 이재명 대표가 한 바 있어 이번엔 김 원내대표 차례인데 정 대표가 신임 당 대표로서 자신이 하겠다며 양보를 요구했다는 설이 돌았다.
다만 민주당은 이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공지했으며,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정 대표가 아닌 자신의 제안을 김 원내대표 측이 흔쾌히 수락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shin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