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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닭띠' 신태용 감독 "최소 목표는 8강… 이승우는 함께간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7-01-01 20:14


◇신태용 감독  성남=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닭띠 해다. 내가 닭띠 아니냐. 반드시 나의 해로 만들고 싶다."

역시 신태용이다. 말투에 거침이 없다. 첫 훈련을 지휘하며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다. 그럼에도 목소리만큼은 카랑카랑, 시원스러웠다.

정유년이 밝았다. '닭띠' 신태용 감독이 2017년, 새해 새벽을 깨웠다. 그는 호적으로는 1970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69년생이다. '축구계 닭띠' 군단의 기수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축구 잔치가 열린다. 디에고 마라도나, 하비에르 사비올라,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게로(이상 아르헨티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티에리 앙리(프랑스), 호나우디뉴, 카카(이상 브라질) 등을 배출한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이 한반도를 축구 열기 속으로 인도한다.

특별한 한 해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은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넘어 대한민국이 단독개최하는 가장 큰 FIFA 주관 대회다. FIFA 주관 대회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지구촌 축구 샛별들의 등용문이다.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제주에서 총 24개국이 참가해 꿈의 향연을 펼친다.

그래서 감독은 신태용이다. 대한민국 축구 미래를 이끌 적임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A대표팀 코치에서 하차하고 U-20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소방수로 등장했다. '역방향'의 배에 다시 올랐다. A대표팀에서 23세 이하 올림픽 감독에 이어 U-20 사령탑이다. 그래도 웃는다. '운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달 제주에서 35명을 소집, 1차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 새해와 함께 2막도 열린다. 그는 1월 16일 선수들을 이끌고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떠난다. 신 감독을 최근 집근처인 성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새해가 밝았다. U-20 감독을 맡은 것에 후회는 없나.

▶나와 비슷한 이력을 가진 감독은 한국에 없다. 다들 올라가면서 경험하지만, 난 내려오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살다보면 느낌이란 게 있다. 내가 고민할 게 없었다. 16세와 19세 이하 대표팀이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줄줄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의 진노가 대단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신 감독 밖에 없다'고 하더라. 당시 A대표팀도 시끄러웠는데 고사할 경우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었다. 고민은 하지 않았다. 내가 하겠다고 했다. 운명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왜 A대표팀 코치를 겸임하지 않았나.

▶기술위원장이 이번엔 안된다고 했고, 나도 미련은 없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백수'다. 그 다음 그림도 없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제주 전지훈련의 성과는.

▶20세 이하라고 하지만 다들 성인이다. 첫 날부터 모든 일정을 공개했다. 언제 쉬고, 언제 운동하는지 끝날 때까지 다 오픈했다. 스케줄에 따른 관리는 선수들 자율에 맡겼다. 다행히 어리다보니 감독의 주문을 훨씬 빠르게 받아들인다. 별 다른 이야기를 안 했지만 선수들이 따라오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신태용 감독  성남=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년 슈틸리케호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신 감독도 함께 그 길을 걸었지만, '샛길'로 빠진 적도 있다. 리우올림픽이었다. 2015년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다 고인이 된 이광종 전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도중하차하자 긴급 수혈됐다. 올림픽 감독과 A대표팀 코치를 겸임했다.

신 감독의 대명사는 '그라운드의 여우'다. 리우올림픽을 통해 신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어린 선수들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채찍보다는 늘 당근이 우선이었다. 선수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즐기면서 축구를 했다. 전술적으로도 '꾀'가 넘쳤다. 온두라스(0대1 패)에 덜미를 잡혀 4강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골짜기 세대'의 반란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올림픽 사상 첫 조별리그 1위로 통과도 그의 작품이다. 물론 리우올리픽은 여전히 한이 남는 무대다. 그러나 U-20월드컵의 또 다른 출발점이다.

-올림픽을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온두라스와의 8강전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도 온두라스만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골이 너무 안 들어가더라. 손흥민이 잉글랜드에서 그 어려운 골 다 넣었는데 희한하게 그 경기에선 안 들어가더라. 다른 찬스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안 될 땐 뭘 해도 안되는구나 싶었다.

-다시 올림픽으로 돌아가면 메달을 딸 수 있나.

▶당연하다. 충분히 딸 수 있다. 브라질과의 4강전 구상도 이미 해 놨었다. 그동안 안 쓰던 전술을 구사하려 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브라질만 넘으면 결승전이었는데….

-올림픽팀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올림픽 최종엔트리는 18명이지만 U-20 대회는 21명이다. 훨씬 낫다. 다양하게 쓸 수 있고, 신체적인 조건도 훨씬 우수하다. 제주 전지훈련에서 광운대랑 연습경기를 하는데 차범근 감독님께서 오셨다. '애들 참 잘 한다'고 칭찬하더라.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지만 포르투갈에서 심도있게 훈련하면 어느 정도 답은 나올 것이다.


U-20월드컵 대표팀에는 화제의 인물이 있다.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다. 신 감독은 공개적으로 "이승우라고 해도 100% (발탁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겉과 속은 또 달랐다. 기대가 컸다. 톡톡 튀는 신 감독과 더 튀는 이승우, 충분히 하모니를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는 장결희(19) 백승호(20) 등과 함께 이번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신태용호와 처음으로 만난다.

-역시 이승우가 관심이다.

▶이승우는 안 쓸 수는 없다. 기량이 좋고 다양한 장점이 있다. 잘 키워낼 생각이다. 이승우는 자유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로 키워야 할 것 같다. 인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심성이 굉장히 착한 선수로 알고 있다. 튀는 부분을 억누르기 보다는 적절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백승호와 장결희는 어떤가.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냉정하게 평가를 할 것이다. 백승호는 지난해 한 계단 위의 팀으로 올라가면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 장결희는 포지션이 바뀌어서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에 모든 것을 확인할 것이다.

-월드컵에서 어떤 축구를 하고 싶나.

▶국내에서 개최되는 FIFA 대회다. 재미있는 축구는 기본이고,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행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그동안 목표를 밝히지 않았는데. 시원하게 얘기해 달라.

▶최소한 8강은 가야한다. 그 다음 공약은 남발하고 싶지 않다(웃음).

1983년, 한국 축구는 멕시코에서 U-20월드컵 4강 기적을 달성했다. 34년이 흘렀다. 4강 신화 재연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신태용호가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진다. 신 감독의 바람대로 정유년을 그의 품안에 온전히 안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성남=글·김성원 기자, 사진·임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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