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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띠 해다. 내가 닭띠 아니냐. 반드시 나의 해로 만들고 싶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축구 잔치가 열린다. 디에고 마라도나, 하비에르 사비올라,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게로(이상 아르헨티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티에리 앙리(프랑스), 호나우디뉴, 카카(이상 브라질) 등을 배출한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이 한반도를 축구 열기 속으로 인도한다.
특별한 한 해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은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넘어 대한민국이 단독개최하는 가장 큰 FIFA 주관 대회다. FIFA 주관 대회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지구촌 축구 샛별들의 등용문이다.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제주에서 총 24개국이 참가해 꿈의 향연을 펼친다.
-새해가 밝았다. U-20 감독을 맡은 것에 후회는 없나.
▶나와 비슷한 이력을 가진 감독은 한국에 없다. 다들 올라가면서 경험하지만, 난 내려오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살다보면 느낌이란 게 있다. 내가 고민할 게 없었다. 16세와 19세 이하 대표팀이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줄줄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의 진노가 대단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신 감독 밖에 없다'고 하더라. 당시 A대표팀도 시끄러웠는데 고사할 경우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었다. 고민은 하지 않았다. 내가 하겠다고 했다. 운명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왜 A대표팀 코치를 겸임하지 않았나.
▶기술위원장이 이번엔 안된다고 했고, 나도 미련은 없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백수'다. 그 다음 그림도 없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제주 전지훈련의 성과는.
▶20세 이하라고 하지만 다들 성인이다. 첫 날부터 모든 일정을 공개했다. 언제 쉬고, 언제 운동하는지 끝날 때까지 다 오픈했다. 스케줄에 따른 관리는 선수들 자율에 맡겼다. 다행히 어리다보니 감독의 주문을 훨씬 빠르게 받아들인다. 별 다른 이야기를 안 했지만 선수들이 따라오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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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의 대명사는 '그라운드의 여우'다. 리우올림픽을 통해 신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어린 선수들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채찍보다는 늘 당근이 우선이었다. 선수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즐기면서 축구를 했다. 전술적으로도 '꾀'가 넘쳤다. 온두라스(0대1 패)에 덜미를 잡혀 4강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골짜기 세대'의 반란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올림픽 사상 첫 조별리그 1위로 통과도 그의 작품이다. 물론 리우올리픽은 여전히 한이 남는 무대다. 그러나 U-20월드컵의 또 다른 출발점이다.
-올림픽을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온두라스와의 8강전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도 온두라스만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골이 너무 안 들어가더라. 손흥민이 잉글랜드에서 그 어려운 골 다 넣었는데 희한하게 그 경기에선 안 들어가더라. 다른 찬스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안 될 땐 뭘 해도 안되는구나 싶었다.
-다시 올림픽으로 돌아가면 메달을 딸 수 있나.
▶당연하다. 충분히 딸 수 있다. 브라질과의 4강전 구상도 이미 해 놨었다. 그동안 안 쓰던 전술을 구사하려 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브라질만 넘으면 결승전이었는데….
-올림픽팀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올림픽 최종엔트리는 18명이지만 U-20 대회는 21명이다. 훨씬 낫다. 다양하게 쓸 수 있고, 신체적인 조건도 훨씬 우수하다. 제주 전지훈련에서 광운대랑 연습경기를 하는데 차범근 감독님께서 오셨다. '애들 참 잘 한다'고 칭찬하더라.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지만 포르투갈에서 심도있게 훈련하면 어느 정도 답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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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승우가 관심이다.
▶이승우는 안 쓸 수는 없다. 기량이 좋고 다양한 장점이 있다. 잘 키워낼 생각이다. 이승우는 자유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로 키워야 할 것 같다. 인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심성이 굉장히 착한 선수로 알고 있다. 튀는 부분을 억누르기 보다는 적절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백승호와 장결희는 어떤가.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냉정하게 평가를 할 것이다. 백승호는 지난해 한 계단 위의 팀으로 올라가면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 장결희는 포지션이 바뀌어서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에 모든 것을 확인할 것이다.
-월드컵에서 어떤 축구를 하고 싶나.
▶국내에서 개최되는 FIFA 대회다. 재미있는 축구는 기본이고,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행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그동안 목표를 밝히지 않았는데. 시원하게 얘기해 달라.
▶최소한 8강은 가야한다. 그 다음 공약은 남발하고 싶지 않다(웃음).
1983년, 한국 축구는 멕시코에서 U-20월드컵 4강 기적을 달성했다. 34년이 흘렀다. 4강 신화 재연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신태용호가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진다. 신 감독의 바람대로 정유년을 그의 품안에 온전히 안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성남=글·김성원 기자, 사진·임정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