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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부회장님, 영상 판독 준비하시죠."
2020 회장기 전국대학·실업배드민턴연맹전이 개막한 11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 대회운영본부 관계자가 김중수 대회운영본부장(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에게 이른바 '용역'으로 뛰어줄 것을 요청했다.
김 부회장은 "투잡하러 간다"며 순순히 '지시'를 따랐다. 배드민턴 대회에서 협회 부회장이 판독 현장에 투입되는 건 몹시 희귀한 장면이다.
그런가 하면 최병학 협회 부회장 겸 동양대 교수는 본부석 레프리석에서 심판진 운영을 지휘했다. 협회 고위 임원들이 이처럼 진풍경을 연출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손'이 달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낳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두 부회장이 '대리 심판' 업무를 본 이유는 대회 직전 5명의 심판이 귀가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앞서 전남 해남에서 열린 제63회 여름철종별선수권(3∼9일) 마지막 날, 코로나19로 인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심판 5명이 대회장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한 확진자가 근처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빨리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협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제천 대회까지 예정돼 있던 5명의 심판을 전원 귀가시켰다.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불과 이틀 뒤로 예정된 제천 회장기에 투입할 심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그들은 대회에서 필수 인력인 1급 자격증 보유자였다. 결국 연맹은 남은 심판 1인당 경기 배정수를 늘리고 부회장들을 심판 보조 업무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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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원도 영월 소재 세경대는 대회 직전 출전을 취소했다. 최근 영월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세경대 소속 일부 선수와 동선이 겹쳤다는 보건당국의 통보를 받은 것. 이 역시 밀접 접촉자는 아니었고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협회는 대회를 승인해 준 제천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세경대 선수단의 제천 출입을 금지시켰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전국 대회를 놓친 게 아쉽겠지만 눈물을 머금고 강화된 방역지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세경대 감독이 오히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할 때 더 가슴아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연맹은 이번 대회에서 전에 없는 강력한 운영 규칙을 적용한다. 행여 대회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배드민턴 모든 대회가 취소돼야 하기에 더욱 그렇단다.
지난 해남 대회부터 도입한 선수단 관리 규칙을 보면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1시간 이내가 돼야 체육관에 입장할 수 있다. 워밍업에 문제가 있어 별도 장소에 연습 체육관을 마련했다. 해남에서는 지자체가 별도 체육관 오픈을 승인하지 않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여기에 단체전에서 탈락한 선수는 이후 체육관에 아예 입장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만약 단체전 1회전에서 패한 뒤 개인전 출전 계획이 없는 선수라면 혼자 짐을 싸서 귀가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체육관에 입장도 못하는데 숙소에서 혼자 '멍때리고' 있느니 집에 가 쉬는 게 낫기 때문이다. 대신 단체전 종료 이후 개인전 일정으로 들어가면 재입장 금지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연맹은 "지자체가 코로나19 방역에 더욱 민감한데다, 우리 입장에서도 내년 국내대회를 개최를 감안해서라도 배드민턴 대회는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첫날 남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밀양시청이 요넥스를 3대2로 꺾은 것을 비롯해 국군체육부대, 당진시청이 8강에 진출했다. 여자 일반부 단체전서는 MG새마을금고와 영동군청이 4강에 올랐다.
제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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