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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목포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전남전국장애인체전 여자육상 800m 결선, 박세경(35·서울시장애인체육회)은 2분34초08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 오상미(경기·3분08초84)보다 30초 이상 앞섰다. 박세경의 금메달 직후 서울 잠실벌 러닝전문 스쿨 '오픈케어' 블로그는 난리가 났다. 비장애인 육상인, 동호인들로 구성된 '오픈케어'에서 박세경은 유일한 청각장애 선수. "서울시 대표로 출전한 박세경 선수가 7월말 발가락 골절 부상을 이겨내고 청각장애인(DB) 선수부 여자 800m 대회신기록, 2연패했습니다!"는 포스팅 아래 '축하합니다' '와! 빛의 속도' '멋있어요' 수십 개의 실시간 축하 댓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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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눈은 정확했다. 박세경은 지난해 체전에 이어 두 번째 출전한 공식대회에서 '한신'을 휩쓰는 괴력을 뽐냈다. 달릴 때마다 기록은 일취월장했다. 함 코치는 박세경에 대해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대단한 연습벌레다. 하루 훈련양이 7시간 정도 되는데 모든 훈련에 다 성실하게 임한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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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경이 후천적 청각장애 이후 일상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학창시절 몸에 밴 운동습관 덕이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도 하고 수상스키도 하고 중고등학교 땐 계주 멤버로도 뛰고, 스포츠를 워낙 좋아했다"고 했다. "대학서도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틈틈이 친구들과 효창운동장을 달리고, 체육학과 수업을 듣기도 했다. 청각장애가 생기면서 피로가 쉽게 오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같아 자연스럽게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 생각했고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더 잘하고 싶었다"며 선수의 길에 들어선 과정을 설명했다.
"내 한계치에 도전하는 게 재미있다"는 그녀에게 스포츠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스스로를 돌볼 수 있었던 게 운동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운동을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좋아졌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됐고, 또다른 길,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10명 중 8명은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시련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이때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는 힘이 세다.
박세경은 "운동하는 장애인들, 장애인 선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작이 쉽진 않지만 일단 용기를 내 발을 들여놓으면 수없이 많은 기회가 열리더라"고 했다. "오픈케어에는 중고등학생, 육상선수, 동호인 등 달리기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새벽, 오전, 오후, 저녁반 각자 트레드밀에서 페이스에 맞춰 맞춤형 훈련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 잠실보조경기장에서 공동훈련을 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달리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오시면 된다"며 활짝 웃었다.
박세경은 두 번째 데플림픽이 될 2025년 도쿄 대회에서 육상 메달을 목표 삼고 있다. 현재 기록은 2022년 카시아스두술 대회 기준 결선 5~6위에 해당하는 기록. 지금의 기록 단축 페이스라면 충분히 메달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세경은 "아직 2년의 시간이 있다. 800m, 1500m와 10㎞ 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계속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목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