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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가 유발한 골리앗 딜레마

by 류동혁 기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전술이 KCC 하승진의 딜레마를 유발했다.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는 장면.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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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주실내체육관 라커룸.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직전 양 팀 감독의 스타일은 극과극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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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허 재 감독은 특유의 농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술이나 전략은 언급하지 않았다. 모비스 박구영이 스타팅 멤버로 나서자 "도대체 왜 박구영이 스타팅 멤버로 나오는 지 재학이 형에게 좀 물어봐 달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리기도 했다.

반면 유 감독은 '오픈형'이었다. 그는 "KCC 자밀 왓킨스의 기량이 너무 좋다. 하승진과 왓킨스의 골밑을 봉쇄하기 위해 시종일관 더블팀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골밑 찬스를 줘야 한다면 하승진에게 줄 것이다. 왓킨스가 현재 시점에서 하승진보다 더 위력적인 KCC의 공격옵션"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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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하승진은 림을 중심으로 오른쪽에서 볼을 잡게 해야 한다. 왼쪽에서 볼을 잡으면 골밑슛 성공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볼을 잡으면 하승진의 왼손을 이용한 패스능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공격성공률이 떨어진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공격전술에 관해서도 '오픈'했다. 그는 "전태풍이 없지만 방심할 수 없다. 하승진의 체력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해 그 쪽으로 모든 공격을 집중할 것"이라며 "1차전 뿐만 아니라 하승진이 2, 3차전 등 피로누적을 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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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KCC가 왓킨스의 가세로 느리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게 느리지 않다. 그 의미는 우리의 속공찬스가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양동근이 득점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하나 아쉬운 부분은 양동근의 속공전개능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 감독은 경기 전 구체적인 전술이나 전략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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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의 전략전술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 관록이 쌓이면서 경기 전 게임 플랜에 대해 얘기를 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모비스는 유 감독의 전술을 그대로 코트에 옮겼다. 양동근과 함지훈, 그리고 레더는 하승진을 앞에 두고 2대2 공격을 쉴새 없이 시도했다. 하승진이 빠지면 함지훈과 레더가 번갈아 골밑공격을 시도했다. 필연적으로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2쿼터까지 하승진은 림 왼쪽에서 볼을 거의 잡지 못했다. 모비스 외곽 수비가 원천차단했기 때문. 어쩔 수 없이 뚫리면 반칙으로 끊는 모습도 있었다.

하승진이 오른쪽에서 볼을 잡자 더블팀이 들어왔다. 하승진은 2쿼터 더블팀이 들어오자 왼손으로 부정확한 패스를 하다가 스틸을 허용하기도 했다.

양동근은 이날 3점슛 6개를 포함, 26득점을 올렸다.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의 말도 맞았다. 2쿼터 5분44초를 남기고 26-21으로 근소한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모비스 속공상황에서 양동근은 레이업슛을 하다 실패했다. 어설픈 속공전개능력.

곧바로 반격을 당했다. 공격권을 획득한 KCC는 곧바로 골밑에 있는 하승진에게 연결했고,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모비스 수비진의 인텐셔널 파울도 얻었다.

양동근의 속공실패로 인해 7점 차 리드상황이 2점차로 쫓기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3쿼터 2분을 남길 때까지 모비스는 공수에서 이같은 전술을 계속 사용했다. 하승진은 19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왓킨스는 8득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결국 골밑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한 KCC는 3쿼터 중반부터 무너졌다. 체력적인 부담때문에 하승진은 3쿼터 2분을 남기고 벤치로 들어갔다. 찬스를 잡은 모비스는 소나기 3점포를 퍼부으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전 유 감독의 말이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KCC 허 재 감독이 2차전에서 분명히 대비하고 나올 것이다. 줄 건 주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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