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박지현은 올해 33세의 베테랑 가드다. 2002년 오리온스에 입단했으니 프로경력만 11년 째다. 그런데 우승 반지가 없다.
마침 올 시즌이 적기이기도 하다. 우승열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그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작전타임 페이크'다.
박지현은 3차전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3점슛 2개를 포함, 14득점, 5스틸을 기록하며 팀승리를 이끌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이 "미친 선수가 나왔으면 했는데, 그게 박지현이었다"고 말할 정도.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은 '사과'의 마당이었다.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의 '작전타임 페이크' 때문이었다. 동부가 작전타임을 부르기 직전. 강 감독마저 등을 돌려 벤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박지현은 갑자기 골밑으로 쇄도해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강 감독은 "정규리그 때 작전타임 페이크를 지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렇게 했다"며 칭찬했고,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박지현을 그대로 놔둔 채 방심한 박구영의 수비에 대해 질책했다.
박지현은 "너무 민망했다. 그래도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라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규정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NBA에서도 여러차례 나오는 장면이다.
사실 박지현의 '작전타임 페이크'는 성격 상 어디에서 많이 본 플레이다. 그렇다.
지난 시즌 두산 이종욱의 '헛다리 짚기'와 유사하다. 지난해 4월17일 대구 삼성전 1회 3루 도루를 시도하던 이종욱은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3루수 조동찬은 이종욱이 슬라이딩을 할 것으로 예상, 3루베이스 앞에 글러브를 대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종욱의 재치가 빛났다. 조동찬의 태그를 피해 왼다리를 쑥 집어넣어 세이프가 됐다. 그러나 이종욱은 경기가 끝난 뒤 "그냥 아웃이 됐어야 했다. (조)동찬이 눈을 보는데 민망해서 혼났다"고 했다.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선수들 사이의 불문율, 페어 플레이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박지현 역시 "규정 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선수들 사이의 어떤 불문율같은 것"이라며 "2차전 도중 (양)동근이가 와서 '형 도대체 뭐 하시는 거에요'라고 웃으면서 비난해 '미안하다'고 계속 그랬다. 또 (함)지훈이는 상무에서 같이 제대한 우리팀 (이)광재에게 전화를 걸어서 '형 그렇게 좀 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그러기도 했다"고 웃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박지현은 '다음에 그런 기회가 생기면 또 할 거냐'는 질문에 "우승으로 가는 상황이니까 또 할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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