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세트 촬영이 있는 날인데…."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방송되던 7개월간 김지원은 화요일이면 세트장으로 '등교'했다. 결석이나 '땡땡이' 한번 안 한 모범생.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낯선 인터뷰실에 앉아 있으려니 꽤 어색할 게다. 지난 29일 종방연에서 마지막회를 본 후엔 울기도 했단다. "학교 다닐 때는 힘들어하다가도 막상 졸업하면 기분이 이상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에요. 허전하고 아쉽고…."
매듭짓지 못한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얘기가 담겨 있을지 짐작이 된다. '하이킥3'에 출연하는 동안 김지원은 스무살에서 스물한살이 됐고,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연기에 감정을 담아내는 방법을 고민할 줄 알게 됐다. '하이킥3'의 김지원 캐릭터도 마지막회에 무언가 깨달은 듯 정말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고3 교실을 떠났다. 김지원과 김지원은 그렇게 함께 성장했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열린 결말. 특히 김지원, 윤계상, 이종석의 삼각관계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시청자 입장에선 김병욱 감독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해 말할 때 엔딩 장면은 꼭 빠지지 않잖아요. '하이킥3'도 그래서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저희 삼각관계도 그대로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김지원은 "극 중 지원이가 윤계상 아저씨가 있는 르완다로 갔을 것 같다"고 한다. 지원에겐 그가 소울메이트였으니까. 실제로도 윤계상은 김지원에게 큰 의지가 됐다. "극중 역할을 따라가게 된 건지는 몰라도 계상 아저씨를 찾아가서 상담을 많이 했어요." 반면에 또래인 이종석은 김지원과 카카오톡 '절친'이다. 일부러 답장을 늦게 보내거나 '왜 연락 안 하냐'며 괜히 꾸중하는 등 '나쁜 남자'를 자처하는 장난꾸러기라고. "극 중에서 좋아한다고 고백도 했는데 리액션이 별로라면서 저에게 나쁜 여자라고 구박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지원이가 종석 선배를 걱정하면서 과외를 해준 데는 분명 호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윤계상에게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어 하이힐을 신었던 지원이 나중에 종석이 갈아 신겨준 운동화 차림으로 "빨리 스무살이 되고 싶다"며 공원을 달리던 에피소드에선 김병욱 감독에게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고 했다. "하이힐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걸을 땐 아프잖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의 길도 이런 거구나,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그 길은 힘들고 아프겠구나…." 그 즈음 김지원 캐릭터에 대해 공감을 못한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주눅 들어 있었던 터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오니,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일 밖에. "캐릭터에 대해 하는 말인데도 저랑 이름이 같으니까 저를 질타하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사실 지원이는 엄마아빠도 없는 외롭고 불행한 아이인데, 그걸 몰라줘서 서운하기도 했어요. 공부 잘하고 집을 가졌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제 연기가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직 배우로서 갈길이 멀다"며 겸손해하지만 사실 김지원은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을 통해 이례적으로 영화에 먼저 데뷔한 기대주다. 빅뱅의 롤리팝걸, 오란씨걸에 이어 한 CF에선 원빈에게 케이크를 선물 받으며 '원빈의 그녀'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난 겨울엔 뮤지컬배우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MBN 드라마 '왓츠업'도 방송됐다.
그리고 '왓츠업'에서 선보인 김지원의 출중한 노래실력은 조만간 일본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일본 최대 기획사 에이벡스와 함께 가수 데뷔를 준비한다. 김지원은 중3 때 길거리 캐스팅된 후 기획사에서 가수와 연기를 모두 트레이닝 받았고 일본어도 2년간 공부했다. "아직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될지, 데뷔 날짜는 언제인지 잘 몰라요. 몸치라 춤도 잘 못 추고요. (웃음) 저는 아직도 '하이킥3'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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