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완아, 넌 오늘 꼭 2개 쳐야한다. 알겠지?"
KIA 선동열 감독이 타격 연습을 위해 베팅케이지로 나가려던 나지완을 불러세웠다. 홈개막전을 앞둔 11일 광주구장 KIA 덕아웃에서였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 뒤로 돌아선 나지완에게 '특명'을 하달했다. "지완이 오늘 (안타) 2개 쳐야해." 싱긋 웃음을 지은 나지완은 씩씩하게 "네 알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나지완에게만 특명을 내린 선 감독, 그리고 군말없이 '멀티히트'를 다짐한 나지완. 과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던 것일까.
내용은 이랬다. 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1군 타자들에게 통크게 일본에서 사 온 방망이를 선물했다. 선 감독이 선수들에게 배트를 선물한 것은 올해 벌써 두 번째. 지난 1월8일 광주구장에서 팀의 첫 합동훈련이 열렸을 때도 선 감독은 자비 약 300만원을 들여 일본에서 직접 사온 연습용 배트를 타자들에게 돌린 적이 있다. 당시에는 연습용 배트였지만, 이번에는 경기용 배트를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사와 나눠줬다. 선 감독은 "일본 지인이 한국에 온다기에 배트 좀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선수들이 잘 쳐주기만 한다면 배트값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선 감독은 다른 타자들에게는 방망이를 1자루씩 주면서 나지완에게는 특별히 2자루를 줬다. 선 감독은 "나지완이 쓰는 방망이는 무거워서 다른 타자들은 쓸 수 없는 모델이다. 그래서 같은 스타일의 방망이 2자루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타자들은 자신의 타격 스타일에 맞춰 방망이의 무게나 길이 그리고 그립 형태를 골라 쓴다. 때문에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방망이는 쓰기 어렵다. 힘이 장사인 나지완은 평소 930g짜리 배트를 쓰는데, KIA 타자 중에서는 가장 무거운 배트를 쓴다. 선 감독이 사 온 배트 가운데에는 900g 대의 방망이가 2자루 있었는데, 이것을 쓸 타자는 나지완 밖에 없던 것이다.
결국 선 감독이 나지완에게 '멀티히트'의 특명을 내린 것도 방망이 2자루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나지완 역시 뜻하지 않게 받은 감독으로부터의 '특혜'에 보답하고자 자신있게 대답을 하게 된 사연이다. 나지완은 "원래 국내 M사로부터 배트협찬을 받는데, M사 담당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만큼은 감독님이 주신 배트를 쓰겠다고 했다. 일단 첫 타석에서 테스트를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새 배트와의 궁합이 잘 맞아 떨어졌을까. 나지완은 첫 타석부터 괴력을 발휘하면서 선 감독을 흡족케했다. 이날 2회 선두타자로 나온 나지완은 삼성 선발 윤성환의 3구째를 밀어쳐 우전 3루타를 친 것이다. 단타성이었는데, 삼성 우익수 우동균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놓치면서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나지완은 열심히 3루로 뛰어 살았다. 발이 느린 편인 나지완에게 3루타는 홈런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 데뷔 후 2008년 10월4일 광주 두산전에서 딱 한 차례 기록했을 뿐이다. 통산 2호 3루타를 친 나지완은 덕아웃을 바라보며 웃었다. SUN을 향한 고마움이 담긴 미소였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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