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안한다." "운이 좋았다."
LG와 넥센의 신흥 라이벌전, 팬들은 지난해부터 두 팀의 맞대결을 두고 '엘넥라시코'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단순한 라이벌전이 아니다. 현대 시절부터 두 팀은 지독하리 만큼 악연으로 얽혀 있다. 11년 간 현대에 몸담았던 김재박 감독의 LG행부터 최근 들어 계속된 선수 트레이드까지. 라이벌을 넘어 앙숙이라고 칭할 만 하다.
지금은 모두들 "그런 것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마음속에는 어딘지 모를 불편함이 남아있다. 그 결과가 경기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넥센에 발목을 잡힌 LG 선수들은 내색하진 않지만, 한구석에 찝찝함이 있다. 반대로 넥센 선수들은 "LG? 언제든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두 팀의 사령탑은 어떨까. 25일 잠실 LG-넥센전이 취소된 뒤 양 팀 감독을 만났다. 1차전에서 아쉽게 패한 LG 김기태 감독은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는 "넥센이라고 의식할 일은 앞으로도 없다. 나보다 선수들이 잘 알 것이다. 특별히 주문할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부터 LG만 만나면 넥센 선수들의 자신감이 충만해있다는 말을 건네자 김 감독은 "그쪽에서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실력이 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전날 패배는 빨리 털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감독은 진 경기를 끝없이 복기해야 한다. 나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선수들은 빨리 잊는 게 최고"라고 밝혔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있어도 어디가 이기는 지는 장담 못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이진영의 타구는 모두가 안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운이 조금 안 따라서 스타트가 빨랐던 장기영이 잡아낼 수 있던 것 뿐"이라며 "보이지 않는 운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LG도 어제 좋은 게임을 했다. 말리거나 그런 건 없었다. 0-3에서 3-3까지 따라오지 않았나"라며 "분명한 건 LG가 우리보다 위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잘하는 상위팀"이라고 했다.
12회초 2사까지 3-3 동점 상황이 계속 되자 '지거나 비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비 문제도 있고 2안타를 기록중이었기에 교체없이 포수 허도환을 그대로 냈는데 잘 풀린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허도환이 출루하자 대주자 유재신을 내면서 승부를 걸었고, 최종적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김 감독은 "운이 따라서 이겼지만, 선수들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력을 갖고 플레이해줬다"며 미소지었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자 전날 연장 혈전을 치른 선수들은 실내훈련만 갖고 꿀맛같은 휴식을 취했다. 26일에는 LG 주키치와 넥센 강윤구의 왼손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 두 팀의 맞대결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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