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이가 자신에게 조금 더 냉정해졌으면 좋겠다."
'바스켓 퀸' 정선민. 그녀가 29년동안 입었던 유니폼과의 작별을 고했다. 달변가답게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재치있는 말솜씨를 뽐내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정선민이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선민이 30일 서울 등촌동 WBKL 사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선민은 지난 18일 이미 구단을 통해 은퇴를 선언한 상황이었고, 팀의 준우승 기념 여행을 다녀온 뒤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 여자프로농구 선수가 은퇴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은 역사상 처음. 정신민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선민은 "내 젊음을 코트에 다 바쳤다. 그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선수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9년간의 선수생활은 너무나 행복했다"는 은퇴 소감을 밝혔다. 마산 산호초 4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멋모르고 잡은 농구공이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바꿀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시작은 미약했다. 하지만 내 농구 인생의 끝은 창대했다"고 자신의 농구 인생을 정리했다.
코트에서 보여지던 자존심, 자부심도 그대로였다. 정선민은 "'포스트 정선민' 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선민이라는 선수의 독특한 색깔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며 "솔직히 얘기하면 나를 닮은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바스켓 퀸'이라는 나의 캐릭터가 영원히 기억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선수 인생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도 "100점을 넘어 120점을 주고 싶다. 정선민이기 때문에 이런 영광스러운 은퇴 기자회견 자리도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적이었다"는 그동안의 평가에 대해서도 "나는 이기적이지 않았다. 농구를 잘해 그런 얘기가 나왔던 것이 아닐까"라고 답을 했다.
남자농구의 동기생 추승균, 서장훈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정선민은 "우리 74년생 동기들이 한국 농구의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며 "승균이가 은퇴한게 내 은퇴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승균이가 갑자기 은퇴를 선언해 당혹스러웠지만 선수로서 마무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못한 서장훈에 대해서는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서장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솔직히 장훈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조금 더 냉정해졌으면 한다.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마지막 인상을 남기는게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우리 동기들이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단은 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한 정선민은 "난 복이 많은 선수다. 농구의 인기가 한창일 때 선수 생활을 해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다. 멋진 팬들이 있었기에 선수 생활이 화려하고 멋졌다"며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후배들이 열심히 뛸 것이다. 앞으로도 여자농구를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끝맺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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