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대체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경기였다. 넥센 김병현은 정규시즌 3번째 선발등판이었던 1일 부산 롯데전에서 볼넷 7개, 몸에 맞는 공 1개 등 총 8개의 4사구를 내주며 3⅔이닝동안 6실점(4자책)으로 지독히 부진했다. 한국 무대 데뷔 이후 첫 패배. 하지만 더 안타까웠던 것은 패전보다는 어이없는 경기로 팀의 상승세를 끊었다는 자책감이었다.
경기 후 "투구 내용이 너무 안 좋아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던 김병현은 2일 롯데전에 앞서 외야에서 흠뻑 땀을 흘린 후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표정은 별로 어둡지 않았지만, 전날 투구에 대한 자책감은 남아 있었다.
김병현은 "여전히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안 아프게 던지려 신경쓰다보니 초반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다. 바깥쪽으로 계속 승부를 한 것이 아니라 공이 마음먹은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3회가 끝나고 전광판을 보니 4사구를 무려 8개나 줬더라.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란 허탈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병현은 1회에 볼넷 1개와 몸에 맞는 공 1개, 그리고 폭투에다 실책 1개까지 더해지며 안타 1개 맞지 않고 허무하게 2실점을 내줬다. 2회에도 연속으로 볼넷 3개나 허용한 후 2루 견제를 하다 악송구를 던져 또 다시 1점을 줬다.
김병현은 "제대로 된 안타를 맞았으면 납득이라도 갈텐데, 4사구나 실책으로 대량 실점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며 "이렇게 던지면 수비들한테도 미안하고, 스스로도 용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적어도 사도스키(4회 엉덩이 통증으로 자진 강판)보다는 오래 던지겠다"며 코칭스태프에게 농담도 해봤다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자책감은 극단적인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김병현은 "이렇게 던질 바에는 차라리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한번 건너뛰던지 아니면 좋아질 때까지 마운드에 서지 않을건지를 생각해봤다"며 "팀이 상승세를 탔는데 누가 되는 것 같아 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부딪혀보고 싸우면서 헤쳐나가는 성격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게 해줬다. "하루 자고 일어나보니 팔도 괜찮고, 다시 던져봐야 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한 타임 쉬어가는 것은 너무 아쉽다"는 김병현은 "이런 경기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넥센 김시진 감독은 "당장 김병현에게 1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경기 후 회복을 잘해 정상적으로 투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재처럼 1주일에 한번씩 등판하는 패턴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몇경기를 던지다보면 계속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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