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매리너스의 우익수 스즈키 이치로(39). '히트 머신'으로 불리는 이치로는 오릭스에서 시애틀로 이적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 매 시즌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262개의 안타를 뽑아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빅리그 11시즌 동안 무려 7번이나 아메리칸 리그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1년에는 56개의 도루를 기록, 도루왕을 차지했다. 정교한 타격능력과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우투좌타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꼽혔다.
빅리그 첫 해인 2001년부터 10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이치로에게 2011년은 최악의 해였다. 타율 2할7푼2리, 184안타에 그쳤다. 10년 연속 3할-200안타 연속 기록이 깨졌다.
이치로는 올시즌 개막전부터 3번 타자로 나섰다. 에릭 웨지 감독은 개막에 앞서 팀 타선을 고려해 이치로를 3번으로 기용하겠다고 했다. 시애틀이 앞선 두 시즌 동안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에서 득점이 가장 적었는데,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이치로를 중심타자로 쓰겠다고 했다.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하는 이치로가 타선의 중심인 3번 타자 역할을 가능한지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5년 15개, 오릭스 시절에는 1995년 25개가 최고였다.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췄지만, 이치로는 오랫동안 장타보다 안타 생산에 집중했다. 1번 타자는 주로 출류율에 신경을 쓰면 되지만, 3번 타자는 클러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올시즌 3번 타자로 52경기에 나선 이치로는 타율 2할7푼1리, 1홈런, 17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웨지 감독은 2일(한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부터 이치로를 3번이 아닌 1번으로 내세웠다.
1번-우익수로 나선 2일 5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치로는 3일 두 타석 연속 홈런을 터트렸다. 6타수 2안타 2타잠을 기록했다. 홈런 2개 모두 선두타자로 나서 대포를 가동했다. 4월 19일 클리블랜드전서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린 이후 40여일 만에 묵직한 손맛을 봤다. 또 한 경기 2안타는 5월 23일 텍사스전 이후 10경기 만이었다.
1번으로 나선 2경기 만으로 평가하는 게 이른 면은 있지만, 분명 3번 타자 이치로와 1번 타자 이치로는 달랐다.
웨지 감독도 이런 면을 감안해 타순 변경을 결정했다. 웨지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이치로가 최상의 상태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순을 바꿨다고 했다. 이치로에게 3번 타순은 어쩌면 몸에 안 맞는 옷과 같았을 것이다. 첫 날 이치로는 "내 자리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이치로는 1번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는 "1번은 그동안 쭉 해왔던 타순이다. 앞으로도 계속 1번을 맡고 싶지만 앞으로의 일은 모른다"고 했다. 이치로는 3번 타자로서의 역할이 힘들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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