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홈런왕 욕심 없다니까요."
넥센 강정호는 홈런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자기 자신이 아직도 얼떨떨한 모양이다. 홈런타자가 된 뒤 달라진 게 뭐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고 답한다. 이쯤되면 엉뚱한 게 아니라 진짜 홈런에 대해서는 무심해 보인다.
강정호가 6일 목동 LG전에서 연타석 홈런포로 시즌 15,16호 홈런을 신고했다. 동점 투런포에 쐐기 솔로홈런으로 영양가도 만점이다. 어느새 2009년 기록한 개인 최다 홈런인 23홈런에 7개만을 남겨뒀다.
지난달 26일 목동 한화전 이후 9경기, 11일만에 홈런 2개를 몰아쳤다. 슬럼프를 겪은 것일까. 강정호는 "요즘 안 맞았다기 보다는 스윙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안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홈런 레이스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 유격수는 홈런왕을 차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으로 홈런포를 양산하기에는 체력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유격수 포지션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건 지난 1990년 28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빙그레 장종훈(소프트뱅크 코치연수중)이 유일하다. 여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승엽과 비교해 강정호 박병호 등이 경험 부족이라는 장벽에 직면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강정호는 이에 대해 "언젠간 고비가 올 것이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진다는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임하다 보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체력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모두들 유격수가 체력 관리가 힘든 포지션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며 "힘들다 힘들다 하면 계속 힘들어지는 것 같다. 게임은 매일 하는 것이니 이제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밥 잘 먹고, 푹 쉬고 있다"고 했다.
홈런과 체력 문제 이야기를 한창 하다 들린 그의 말 한마디가 인상깊었다. 강정호는 "올해 내가 체력 문제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선수생활이 달려있는 것 같다. 나한테는 숙제가 될 것 같다"고도 했다. 다분히 미래를 내다보는 시선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홈런왕이라는 영광보다는 롱런하기 위한 시험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은 여러모로 강정호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는 시즌인 것 같다. 그는 "야구는 하면 할 수록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잘 치려고 해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잘 맞을 땐 한없이 잘 맞고, 안 될 땐 한없이 안 된다. 결국 멘탈 싸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신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있는 것이다.
강정호는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삼성 이승엽의 시즌 12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느새 무서운 기세로 팀 동료 박병호와 홈런 공동 3위. 강정호는 "이승엽 선배님이 어제 홈런친 것도 몰랐다. 그만큼 홈런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지, 언제 홈런에 신경쓰겠나"라며 웃었다. 홈런에 무심한 홈런 1위 강정호, 그는 이렇게 팀과 미래만 바라보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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