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드라마 속 브랜드를 청테이프로 가리는 '묻지마' 홍보가 드라마 PPL의 대세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속에서는 상표를 가리고 제품을 노출하는 홍보보다는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홍보 전략이 대세로 떠올랐다.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커플은 이희준과 조윤희가 연기하는 천재용 방이숙 커플이다. 이들은 주로 서울 신천에 있는 B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키워간다. 이들이 일하는 직장이기 때문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밖에도 차윤희의 친정어머니 한만희(김영란)과 오빠 차세중(김용희)이 일하는 떡집은 D사, 엄청애(윤여정)의 동생 엄보애(유지인)과 엄순애(양희경)가 일하는 의류매장은 P사의 것이다. 이들은 직접 협찬을 통해 이들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에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다. 차윤희와 차세광(강민혁)은 C사의 M자동차를 타고 한밤의 추격전까지 벌이며 성능을 과시했다. '넝굴당'이 시청률 30%를 넘어 국민 드라마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의 홍보효과는 엄청나다는 분석이다.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에서 콜린(이종현)의 "밥사달라"는 말에 임메아리(윤진이)는 C사의 샤브샤브 전문점을 찾아 "요즘 이게 맛있더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정록(이종혁)이 운영하는 M음료 카페에는 주인공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음료 이름까지 말하며 주문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모두 수입차 브랜드 B사의 여러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김도진(장동건)의 애마는 '베티'라는 애칭까지 얻고 서이수(김하늘)에 대한 질투심에 국내 브랜드 자동차를 들이받아 찌그러진 모습까지 고스란히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SBS 월화극 '추적자'에서 방송기자 서지원(고준희)과 검사 최정우(류승수)는 항상 서울 명동의 D커피 전문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방송에서 서지원은 "에스프레소에 샷을 얼마나 추가해야 사람이 쓰러지냐"고 점원에게 묻기도 했다. 또 이들은 함께하는 첫 식사 장소를 I감자탕집으로 정했다. 황반장(강신일)을 따돌리기 위해 박용식(조재윤) 역시 이 감자탕집을 택했다.
과거의 PPL은 어떻게든 화면에 제품을 등장시키는 것에만 중점을 뒀다. 때문에 자칫 과도한 광고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전 MBC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도넛 이야기로 질타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관계자나 광고 관계자들의 생각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억지로 짜맞춘 PPL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라도 PPL이 어색하게 엮여 있으면 질타만 받는다. 반면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간접광고는 시청자들이 눈치 못채는 순간에 부드럽게 인식되는 것 같다"며 "때문에 최근에는 광고주들도 작가와 협의로 통해 이야기에 녹아 들수 있는 광고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청자와 광고주, 제작진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간접 광고시장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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